고민 다 털어놔야 치료효과 커

대한남성과학회 박남철 회장

“아직은 문제없지만 이렇게 매일 걸어야 예방이 돼요. 몇 해 전 나이가 지천명(知天命)을

넘기며 운동을 게을리 하면 안 되겠다 싶었죠. 아침에 집에서 병원까지 30분 걷고,

7층 연구실까지 계단 오르고, 틈틈이 제자리 뜀뛰기도하죠.”

20여년간 남성(男性)의학 외길을 걸어온 대한남성과학회 박남철 회장(부산대 비뇨기과

교수·52)의 전문분야는 남성 발기부전이다. 남성들의 은밀한 고민이 운동부족에서

시작된다는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박 회장의 일상생활은 운동의 연속이다.

‘건강한 일상=만족스런 성’이라는 소신을 갖고 있는 박 회장은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에게 발기부전 치료제를 처방하기에 앞서 운동, 식이요법, 금주, 금연 등으로

활력 있는 생활을 찾도록 돕고 있다.

호탕한 성격 탓에 솔직하고 속 시원한 진료를 하는 것으로 소문난 박 회장은 종종

환자들을 호통치기도 한다.

“환자가 허심탄회하게 고민들 털어놔야 치료 효과도 커져요. 쭈뼛쭈뼛 말 못하고

있을 때 내가 언성을 높이면 환자들은 부끄러울 새도 없이 속내를 풀어놓죠. 이래야

환자들의 치료 만족도도 높아져요”

박 회장은 “친구도 떠나가면 소용없듯이 성도 건강할 때 지키는 게 중요하다”며

사랑하는 사람과 성관계를 갖고 싶어도 그럴 수 없는 남성들의 심정을 이렇게 대변한다.

“직장에서 스트레스 받고 갑자기 삼겹살에 소주 한 잔이 생각나는데 만날 사람이

없어서 결국 쓸쓸히 귀가하는 기분이랄까. 건강한 사람들은 그 기분 절대 모르죠.”

지난 20여년간 박 회장을 찾는 환자가 느는 동안 성기능 장애에 대한 인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었다.

박 회장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성기능이 떨어지면 보신탕, 뱀탕, 장어 등 기력에

좋다는 보양식에 의존 했다”며 “최근 의학 지식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며 성기능

문제를 하나의 질환으로 보는 인식이 확대돼 치료 받는 환자가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음지에 갇혀있던 남성(男性)이 방송, 신문, 인터넷을 통해 양지로 나오면서

‘남자는 성욕을 주체하지 못한다’, ‘성 중독증 환자가 많다’는 등 여성들이 오해할

만한 정보도 늘고 있다.

“남자들이 시도 때도 없이 발기한다고요? 그건 남자나 여자나 똑같습니다. 여자는

자극이나 청각에 의해서 성욕이 일어나지만 남자는 시각적으로 성욕을 느끼니까 그렇게

비춰지는 거죠.”

박 회장에 따르면 아침 발기가 안 되는 남성은 비정상이라는 말도 잘못된 상식이다.

원래 남자는 밤에 3~4번 음경발기를 하는데 발기 중에 잠에서 깨면 그게 아침발기라고

생각한다는 것.

박 회장은 지난 10월 2008년부터 임기가 시작되는 아시아-태평양 성의학회 사무총장으로

선출됐다. 박 회장의 이번 선출은 국내 남성의학이 세계 속에서 인정받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박 회장은 아직도 가야할 길이 멀다며 식을 줄 모르는 열정을 보였다.

“의학의 역사상 남성 성기능장애 만큼 오래된 질환이 없습니다. 아직도 성기가

바나나 모양으로 휘어지는 후천성 음경 만곡증(페이로니병)처럼 원인을 몰라 마땅한

치료법이 없는 질환들이 있습니다. 아직도 할 일이 많다는 거지요.”

    조경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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