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르는 의사에게 선택진료비가

대형병원 매년 부당 선택진료비 수억원 환자에게 청구

간암 환자 진 모 씨(64)는 올해 초 간 이식수술을 받고 진료비 1억2000만원을

냈다. 진 씨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 내역을 확인했다가 몸이 부르르 떨렸다.

진료비가 2700만원이나 부풀려져 있는 것을 확인한 것.

특히 자신은 특정의사를 선택하지도 않았는데도 ‘선택진료비’가 520만원으로

책정돼 있었다. 외과의 주치의 뿐 아니라 방사선과, 병리과, 마취과 등 얼굴도 모르는

의사에게 선택진료비가 나갔다.

최근 난소암 수술을 받은 이모할머니(79)는 수술비로 낸 1200만원 중 600만원이

잘못 청구됐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이씨는 “이 중 선택진료비가 330만원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황당했다”며 “앞으로

의사들을 믿을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의사를 원하지도 않았는데 임의로 선택진료비를 수백 만

원 씩 청구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현애자 의원(민주노동당)은 1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대학병원이 수익을 올리기 위해 환자에게 의사 선택진료동의서를 받지도 않고 선택진료비를

부과하거나, 진료의사를 선택한 후 수술과정에 필요한 방사선, 검사, 처치, 임상병리

등 의사들을 환자 동의 없이 선택의사로 만들어 진료비를 청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의사 선택진료비는 환자가 진료를 받기 위해 의사를 선택하면서 병원에 내는 일종의

추가 부담금이다. 진료 경험이 많고, 능력이 뛰어난 의사를 선택하는 만큼 대가를

지불하는 것.

병원이 환자에게 부당하게 의사 선택 진료비를 청구한 금액은 올 상반기만 1102건에

5억330만원에 이른다. 이 같은 부당 선택진료비는 2004년 268건에 6812만원이었으나

3년 새 8배나 껑충 뛰어 올랐다.

또 지난해까지 진료비를 부당하게 청구한 4건 중 1건이 선택진료비였으며 올해는

병원의 부당 청구 진료비 2818건 중 선택진료비가 1102건으로 39%로 급증했다.

올 상반기 가장 많은 선택진료비를 환불한 병원은 384건이었고 금액도 2억9000만원에

이른다.

특히 가톨릭의료원·삼성서울병원·서울아산병원·연대의료원·서울대병원

등 국내 굴지의 대학병원이 선택진료비 부당청구건수의 상위를 차지하고 있다.

현 의원은 “부적절한 선택진료비 청구는 환자들에게 경제적인 피해를 줄뿐만

아니라 병원과 환자간의 신뢰를 훼손한다”면서 “우수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으려면

웃돈을 내라는 이 제도는 국민의 생명을 다루는 의료분야에 적절하지 못한 제도”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대학병원 의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와 수준이 다른

의사가 똑같은 수술비를 받아야 한다는 말인가”라고 반문하며 “선택진료 제도는

지나친 의료평등주의를 보완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세계 최고 수준의 의사들이 애완견 수술에도 못 미치는 수술비를 받는

현실을 도외시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부당청구를 받은 환자의 가족 이 모 씨는 “그렇다고 부담을 환자에게

전가시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병마와 싸우는 환자 가족은 대부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데 병원이 이런 식으로 돈을 뜯어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권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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