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광고 심의필 믿지 마세요

허위·불법 광고 부추기는 사전심의

대학생 정모 씨(20)는 요즘 학교에 가기가 겁난다. 수년째 속 썩이던 아토피 피부염이

심해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날씨가 덥지만 반팔 옷을 입을 엄두도 못 낸다. 3개월

전 어머니가 “아토피에 특효”라는 신문광고를 보고 송파구 N한의원을 찾아간 것이

화근이었다. 한의원에서 진단을 받고 한약을 먹은 첫 달은 가려움증도 없어지고 효과가

있는 듯했다. 그런데 2개월째부터는 오히려 전보다 아토피가 심해지면서 온몸으로

번졌다.

정씨는 “이젠 아토피가 화상을 입은 것처럼 심해졌다”며 “한의사협회에서 심의를

받은 광고라 믿고 갔는데 어처구니가 없다”고 말했다.

직장인 한모 씨(32)는 ‘심부피부재생술’을 전문으로 한다고 신문에 광고한 강남

T피부과(의협 심의필)에서 기미와 여드름을 없애려고 1500만원 주고 박피수술을 받았다.

처음 수술을 받았을 때는 기미도 줄어들고, 여드름도 없어지는 것처럼 보였지만 금세

예전처럼 다시 늘어났다. 또 수술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는 등 부작용까지 생겼다.

한씨는 “수술 부작용은 놔두고서라도 수술 효과가 없는 만큼 수술비는 환불해 달라고

했지만 묵묵부답이다”고 분개했다.

최근 대한의사협회(의협), 대한한의사협회(한의협), 대한치과의사협회(치협)에서

심의를 받았다는 의료광고들이 범람하고 있다. 이들 단체는 의료광고를 공정히 심의했다고

주장하지만 신문에는 근거 없는 치료법을 소개하거나 효과를 지나치게 부풀려 광고하는

허위·과장광고가 난무하고 있다.

또 의료광고 심의규정 잣대가 개원의원과 대학병원 간 다르다는 것도 반발을 사고

있다. 개원의원은 광고 허용범위가 도를 넘어서고 있고, 대학병원에는 까다로운 규정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

무분별한 과장 광고
C일보에는 7월부터 “젊고 예쁜 이미지의 재창출, 안면 윤곽술과 주름제거술”이라는

제목의 광고가 거의 매일 게재됐다. 이 광고에 등장한 의사는 자신의 성형수술방법을

신 의료기술이라고 소개하며, 질문과 답변형식으로 성형수술방법을 자세히 설명했다.

또 수술 전후 사진을 10개 정도 넣고, 아래 ‘국제 미용성형외과학회 공식논문집’,

‘국제 성형외과학회 공식 논문집’에 게재된 내용이라고 했다.

한의원의 광고는 더욱 노골적이다. J일보의 광고에서는“난치성 피부질환 치료”

“숨은 키 찾아주는” 등 검증되지 않은 치료방법을 자세히 설명하며 환자를 유혹하고

있다.

신문에서는 비교, 비방광고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한의원에서 알레르기 질환을

광고하며 ‘껍데기만 치료하는 증상치료는 그만’이라는 문구를 사용했다. ‘성공적인

임플란트 시술 3단계’라고 소개한 치과의원 광고는 마치 기사처럼 치료법을 소개하고,

또 다른 치과와 달리 전문성을 겸비했다고 비교해 소개했다.

모두 보건복지부가 정한 심의규정 원칙에 어긋나지만 광고 한쪽에는 의협-한의협-치협에서

심의를 받았다는 ‘심의필’이 찍혀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주요 일간지에 실린 의료광고 924건을 분석했더니

의료이용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는 불필요한 광고가 67.8%로 압도적으로 많았고,

실질적인 의료기관 선택에 도움이 되는 광고는 2.8%에 불과했다. 불필요한 광고 중에는

허위·과장 광고가 19.4%였으며, 의료시술법이나 시술기구 광고가 20.2%였다.

경실련 사회정책팀 김동영 간사는 “대부분 의료광고가 소비자인 환자들에게 건정한

정보를 주기보다는 현혹하고 유혹하는 광고”라며 “과장되거나 검증되지 않은 신의료기술을

무분별하게 광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학병원만 엄격”
현행 광고 심의제의 또 다른 문제는 개원의원의 광고에는 관대하면서 대학병원

등 종합병원의 광고심의는 까다롭다는 것.

의료광고 사전심의는 의료광고를 허용하면서 환자에게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걸러

내겠다는 취지로 시행됐다. 그렇지만 개원의원이 주로 내보내고 있는 지하철TV의

허위·과장 의료광고는 심의조차 하지 않으면서 대학병원의 무료건강강좌,

소식지, 현수막 등은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의협은 과장광고가 심한 마을버스와 지하철 광고, 옥외광고는 다른 법률(서울시

광고규정)에 의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사전심의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임종성 대학병원홍보협의회장은 “개원의원의 광고는 모호한 부분을 허용하고

있으면서 대학병원은 까다롭게 적용하고 있다”며 “병원 내 외벽에 설치하는 현수막도

사전심의 대상으로 넣었고, 병원에서 제작해 배포하는 의료원 소식지도 사전에 심의를

받도록 했다”고 말했다.

개원의원과 대학병원의 의료광고 사전심의기준이 다르게 적용되는 것은 의료광고사전심의위원회

구조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시각이 많다. 심의위원들은 모두 개원의사들이다. 그래서

개원의원 봐주기 식으로 규정을 벗어난 의료광고를 허용해 준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의사들 국민 신뢰 받아야”
의협은 의료광고 사전심의위원회 구성의 문제점을 인정하고 있다. 의협은 협회별로

운영되는 의료광고 사전심의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안을 내부적으로 논의 중이며 조만간

복지부와 논의에 들어갈 예정이다.

의협 관계자는 “의협과 한의협, 치협으로 분산된 의료광고심의위원회를 통합하는

쪽으로 가닥이 잡히고 있다”며 “그러나 한의협, 치협과 조율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제대의대 일산백병원 허감 교수(의협 윤리위원)는 “신문에 실린 허위·과장된

의료광고를 보고 어떻게 국민들이 의사를 신뢰할 수 있나”라며 “건강을 빌미로

돈벌이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고 또 엄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이 한의협에서 심의한 의료광고의 문제점은 지적하면서 의협에서 심의된

광고는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고대 안암병원대학 김형규 교수·의협

전 정책이사)

“의료광고를 사전심의하고 있지만 불법의료광고가 난무하고 있다”며 “지역신문에는

물방울레이저를 이용한 임플란트 삽입이나 수면 진정요법 등 과대광고가 범람하고

있어 대책이 필요하다.”(치과의사협회 신계범 법무이사)

 

 

권문수 기자 kms@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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