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을 닮은 행복

행복은 스스로 뿌리고 거두는 것

구월(九月)입니다. 온대의 장마인지 아열대의 우기인지 갈팡질팡한 늦장마를 지나

뒤늦은 열대야에 잠 못 이루던 나날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구월입니다.

 ‘아침동산에 진주보다 더 고운 이슬이 알알이 맺히는’ 백로(白露)를 지나

삽상(颯爽)한 가을 날씨가 다가오고 있습니다.

  가을은 우리말로 ‘끊는다’는 뜻의 ‘갓다’에서 온 말입니다. 곡식과

열매를 끊어서 거둔다는 뜻이죠. 그렇습니다. 가을은 결실의 계절입니다. 가을을

뜻하는 한자어 ‘추’(秋)의 글자모양처럼 들판에 벼가 불같이 타오르며 익는 때입니다.

벼가 고개를 숙이고 있기에 ‘가을’하면 농부의 활짝 핀 얼굴이 떠오릅니다.

  가을 농부의 얼굴에 깃든 행복, 가을을 닮은 행복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라는 것을 알고 계십니까? 황토길 막걸리에 취한 시인의 시정(詩情)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현대 뇌 과학의 연구 성과가 바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뇌 과학에 따르면 사람은 뇌하수체와 뇌간에 있는 3만~4만개의 신경세포에서

도파민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다량으로 분비될 때 행복을 느끼게 됩니다.

  뇌를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 기능자기공명영상촬영(fMRI)

등 각종 뇌 영상 연구를 통해 맛있는 음식을 먹을 때, 섹스, 마약 복용과 같은 쾌락이

있을 때 도파민이 다량 분비되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역설적으로 도파민은 큰 소음이나

전기 충격과 같은 불쾌한 반응에서도 분비됩니다. 오르가슴에 오른 여성의 ‘묘한’

얼굴에 깃든 쾌락, 마라톤에서 고통을 이겨낼 때 황홀경을 맞보는 ‘러너스 하이’(Runner’s

High)를 설명할 실마리를 찾은 것입니다.

    과학자들의 호기심은 여기에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도파민이

정확히 언제 분비되는지를 연구한 과학자들은 행복의 본질에 대해 좀 더 알게 됐습니다.

도파민이 어떤 행동이 끝나고 분비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들이 완성되기 전에 분비되는

것을 알아낸 것입니다. 다시 말해 행복감도 어떤 행동의 결과가 아니라 과정의 산물이란

뜻입니다.

  과학적으로도 행복은 어느 날 불현듯 찾아오는 것이 아닙니다. 봄에

씨앗을 뿌리고 여름에 땀을 뻘뻘 흘리며 농토를 일구고 나서 찾아오는 수확처럼,

행복은 노력의 막바지에 생기는 것입니다. 그래서 가을을 닮았습니다.

  뇌 과학자들은 행복감도 사람에 따라 다른 이유를 설핏 밝혀내고

있습니다.

  도파민을 만드는 신경세포는 사람마다 비슷하고 사춘기 이후 급격히

감소합니다. 대부분의 사람의 뇌에서 ‘용불용설(用不用說)’의 이론이 적용되지만,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습니다.

  첫째, 늘 새로운 것을 추구하고 이를 성취하면서 보람을 얻는 사람은

‘도파민 생산 공장’을 오래 유지할 수 있습니다. 이때 새로운 것은 남을 짓밟고

무엇인가를 얻는 욕심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뇌의 양심’이 즐겨할 가치 있는

일을 하면서 얻게 되는 것입니다.

  둘째, 온화한 사랑을 하거나 종교생활, 명상 등을 하며 매사에 감사하는

사람이 행복감을 더 잘 느끼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셋째, 로또 당첨 때와 같이 갑자기 찾아오는 행복감보다 지속적으로

추구하는 행복이 오래 갑니다.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삶의 목표는 ‘행복의 추구’라고

한 것을 기억하십니까? 행복하게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자신의 꿈이 무엇인지 되돌아봐야 합니다. 내일에 대해 뚜렷한

전망이 있다면 매사를 낙관적으로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위의 많은 사람이

꿈 없이 사는 듯해 안타깝습니다. 어릴 적부터 꿈이 없이 자라서, 성인이 돼서도

맹목적으로 사는 사람이 행복을 잘 느낄 수 있겠습니까?

  다음으로 꿈을 이루기 위한 적절한 목표를 세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목표는 ‘○○○ 같은 사람이 되자’는 식의 추상적인 것보다는 ‘컴퓨터 디자인

관련해서 ○○일을 하겠지만, 여건이 허락되지 않으면 △△일을 우선 한다’는 식의

구체적인 것이 좋습니다. 자신이 도전하는 분야에서 재미를 붙여야 하며 자신의 가치와

관련 없는 일을 하는 것은 불행으로 가는 길입니다.

  또 순간마다 행복감을 가지려면 주위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고 감사하는

것이 좋습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의 로버트 에몬스 교수에 따르면 일정 기간

고마운 것을 기록한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행복감을 잘 느끼고 스트레스를

덜 받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감동적인 일을 경험하는 것도 행복을 곁에 두는 지름길입니다. 인류에

봉사한 위인의 전기나 영화를 보면 자원봉사와 같은 가치 있는 일에 관심을 갖고

사랑을 베풀게 된다고 합니다. 이 과정에서 성격이 낙천적으로 변하며 행복감을 잘

느끼게 된다는 것이죠.

  물론 가치만 따라간다면 삶이 너무 메마르겠죠? 여가시간에 운동,

음악감상, 독서, 대화 등에 몰입하며 마음을 넉넉하게 살찌우며 행복감을 느끼는

것이 좋겠죠?

 구월입니다. 들판의 벼처럼 가을이 무르익고 있습니다. 이 가을, 어떤 수확을

하면서 행복감을 맛보시렵니까? 행복에 대해 생각해보지 않았다고요? 그렇다면 지금부터라도

씨앗을 뿌리십시오. 행복은 누군가 주는 것이 아닙니다. 스스로 뿌리고 거두는 것임을

과학이 입증하고 있습니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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