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찾다 발병 난다

외국인 발과 모양 달라 발질환 유발

직장생활 15년차인 차 모씨(36.여)는 발목이 심하게 아파 걸을 수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가 발이 휘었다는 진단을 받았다. 걸을 때 발바닥의 바깥쪽만 사용하는 ‘휜발’(요족)은

발목에 체중이 실리면서 통증이 생긴다. 의사는 차 씨가 발에 맞지 않는 수입 명품

하이힐을 신으며 증세가 악화됐다고 진단했다.

주부 성 모씨(53)는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심하게 휜 ‘엄지발가락가쪽휨증’(무지외반증)에다

발가락의 굳은살이 심해 3개월째 족부클리닉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성 씨 역시 명품

하이힐을 즐겨 신고 있다.

그녀는 “하이힐은 여성에게 최소한의 자존심”이라며 “치료를 받고 있지만 요즘도

중요한 모임에 나갈 때는 하이힐을 신는다”고 말했다.

프라다, 살바토레 페라가모, 구찌, 발리, 앨런 에드먼즈, 존슨 앤 머피….

많은 사람이 수입 명품구두를 신으면 자신의 값어치도 올라간다고 생각하지만

발 건강 전문가들은 수입 명품구두의 위험성을 경고한다.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의

발 모양이 달라 엄지발가락가쪽휨증이나 휜발의 진행을 가속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신정빈 박사는 “수입 명품구두들은 대부분

굽이 높고, 앞이 뾰족하며 구두의 모양이 상당히 많이 휘어졌다”며 “이런 하이힐을

즐겨 신으면 엄지발가락이 안쪽으로 휘어진 엄지발가락가쪽휨증에 걸릴 수 있고,

또 구두의 모양이 지나치게 휘어지면 발바닥의 바깥쪽만 사용하는 휜발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 박사는 “수입 명품구두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발 형태와 맞지 않는 것이 원인”이라고

말했다.

발모양, 외국인과 달라
신 박사는 외국인과 우리나라 사람은 기본적으로 발 모양이 다르다고 강조했다.

외국인은 발이 길고, 비교적 두께가 얇다. 또 발의 가운데가 움푹 패어 전체적으로

많이 휘어진 모양이다. 따라서 수입 명품 하이힐은 외국인의 발처럼 발가락이 들어가는

부분이 낮고, 앞이 뾰족하며, 구두의 모양이 상당히 많이 휘어져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은 전체적으로 발의 볼이 넓은 부채꼴 형태다. 또 발 모양도

휘어짐이 거의 없다. 발등도 높으면서 발 넓이도 상대적으로 넓다.

신정빈 박사는 “수입 하이힐은 앞이 뾰족하고, 신발이 많이 휘어져있다. 또 굽도

6cm 이상되는 것이 많다”며 “이런 신발은 보기에는 예쁘게 보일지 모르지만 발

건강에는 최악”이라고 말했다.

한양대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우리는 옷을 살 때 예쁘다고 몸보다

작은 옷을 사지는 않는다”며 “그러나 신발을 살 때는 볼이 좁고, 굽이 높은 신발이

예쁘다고 자신에게 맞지 않는 신발을 산다”고 말했다.

발에 생기는 질병
우리나라 사람의 발가락은 부채꼴 모양처럼 넓게 펼쳐져 있지만 하이힐은 뾰족할

정도로 좁다. 그래서 엄지발가락가쪽휨증이 잘 생긴다. 이 병은 엄지발가락이 둘째

발가락 쪽으로 휘는 질환이다.

치료를 미룰 경우 발가락이 점점 더 휘고 아프며, 심하면 걸음걸이가 이상해져

무릎이나 엉덩이 관절, 허리통증을 유발한다.

구두의 굽이 높고, 발을 잘 감싸지 못하는 수입 하이힐은 망치발이나 갈퀴발을

만들어 낸다. 망치발은 구두의 굽이 높아 무게 중심이 발가락으로 쏠리면서 발가락

두 번째 뼈와 세 번째 뼈가 굽어진다. 갈퀴발은 높은 굽으로 무게가 앞으로 쏠리면서

발가락의 첫 번째 뼈가 무게를 지탱하기 위해 굽어진 경우다.

굽이 높은 하이힐을 장기간 신으면 발가락이 오그라들면서 모양이 변형되며, 구부러진

발가락이 신발 안에서 자꾸 자극을 받아 발가락의 마디 위와 끝부분에 굳은살이 생기고

아프게 된다. 결국에는 마디가 뻣뻣하게 굳어서 펴지지 않게 되고 더 심할 경우에는

발목 관절이 어긋날 수도 있다.

휜발은 평발과는 반대로 발 가운데의 아치가 정상보다 높은 형태의 발을 말한다.

주로 선천적이다. 발의 아치가 높은 경우 뒷꿈치와 앞꿈치로 걷는 2박자 보행을 하게

되며 보행 충격이 바로 발목이나 무릎으로 전달될 수 있다. 특히 과중한 압력이 앞꿈치와

뒷꿈치에 집중돼 심한 굳은살과 염증을 유발한다. 휜발이 많이 진행되면 엄지발가락이

안으로 굽어지거나 안쪽으로 틀어진다. 또 다리 모양도 변형되면서 ‘O다리’가 되기도

한다. 휘어짐이 심한 수입 하이힐을 신으면 휜발을 악화시킬 수 있다.

발 건강 진흥협회가 20대~50대 여성을 조사한 결과 절반이상이 엄지발가락가쪽휨증이나

발 변형으로 고생하고 있으며, 나이가 들수록 증세가 더 심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엄지발가락가쪽휨증이 심해져 수술한 환자를 조사한 결과 10명중 7명이 젊을

때 하이힐을 즐겨 신었다.

휜발은 외국에서는 8~15% 정도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우리나라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이 고양시의 중고생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6.3%로 나타난 것이 유일한

통계다.

매일 발 관리하라
엄지발가락가쪽휨증은 증세가 가벼우면 볼이 넓고 편한 신발을 신거나, 패드를

이용해 발가락의 통증을 줄일 수 있다. 평소 발 관리법으로는 발가락을 벌린 상태에서

약 6초간 힘을 주는 발가락 벌리기 운동이 좋다. 초기외반증은 보조기나 특수신발

등으로 치료가 가능하며 심한 경우 수술로 교정해야 한다.

망치발·갈퀴발은 관절이 유연하고 수동적으로 펴질 경우에는 발가락 밑에

부드러운 깔창을 대서 발가락을 편하게 하는 것이 좋다. 신발도 깔창이 들어갈 정도로

충분히 넉넉하고 부드러운 것을 선택한다. 그러나 이미 변형이 됐다면 다시 본래대로

되돌리기는 사실상 어렵다.

휜발은 생활습관을 바꿔주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다. 시중에서 판매되는 휜발형

신발깔창을 구입해 사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을지병원 족부정형외과 이경태 교수는 “발 건강을 위해서는 하이힐을 신지 않는

것이 가장 좋다”며 “어쩔 수 없이 신는다면 자주 벗어 발을 쉬게 하고 발가락 벌리기

운동과 발목운동, 장단지 스트레칭운동, 다리 주무르기 등을 해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건강T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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휜 엄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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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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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문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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