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전기신호 강원래 일으킨다”

생각만으로 몸 - 물건 움직임 가능 / 뇌 신경칩 기술, 10년 내 실용화 기대

졸리(강아지) : 주인님, 나 배고파. 밥 줘.

이현주(주인) : 배가 많이 고팠구나. 여기 있으니까 맛있게 먹어.

졸리 : 맛있어! 맛있어! 물 먹고 싶다.

이현주 : 그래 물도 여기 있다. 천천히 먹어.

 

강원 춘천시 한림대의대 생리학교실의 이현주 연구원은 강아지와 ‘사람의 언어’로

대화를 한다. 만화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 같지만 현실이다. 졸리의 뇌에서 나오는

신경신호를 컴퓨터로 해독, 스피커를 통해 우리말로 구현해 낸 것이다.

이런 상상속의 일들이 가능한 것은 뇌와 기계(컴퓨터)를 연결한 후 뇌 신경신호를

다양한 운동능력으로 바꾸는 뇌 기계 접속(Brain Machine Interface, BMI)이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BMI 기술이 동물실험에 성공하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에게 적용할 문턱이 낮아지고

있음을 뜻한다.


‘장애(障碍)’ 없는 세상이 조금씩, 조금씩 가까워지고 있다.

자동차 전복 등 불의의 사고로 뇌와 중추신경이 손상돼 온몸이 마비됐어도 희망을

버리지 말아야 할 이유다. 강아지 ‘졸리’에게 적용한 BMI 기술이면 생각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여 어디든 이동할 수 있다. 심지어 사지를 움직일 수도 있다.

BMI는 대뇌피질(대뇌를 덮고 있는 얇은 층) 등 뇌의 특정부위에 머리빗처럼 생긴

작은 전극을 이식한 후 컴퓨터와 연결해 뇌 신경신호를 읽어 생각과 의지만으로 다양한

기구를 사용할 수 있는 혁신적인 기술 분야다. BMI는 세계 미래 기술 예측 기관들에

의해 인간 생활에 큰 변화를 가져올 21세기 10대 신기술에 꼽히기도 했다.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성과에 따르면 머지않아 생각만으로 인공 팔다리 등 보조기구를

자유롭게 움직이고 컴퓨터, TV 등 각종 기기를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림대의대 생리학교실 신형철 교수팀과 서울대 초미세생체전자연구센터(소장

김성준)는 2002년 쥐를 이용한 BMI 실험에서 쥐의 의지만으로 휠체어를 움직이게

했다. 최근 강아지 실험에선 강아지의 의지만으로 전동기가 달린 먹이통을 자신의

앞까지 오게 했고, 사람과 강아지가 대화까지 할 수 있게 됐다.

미국 등에선 BMI 기술을 이용해 의지만으로 로봇 팔을 움직이는 연구가 한창이며

칼텍대학교, 브라운대학교 등의 BMI 연구그룹은 이미 관련 회사를 설립해 상용화를

위한 준비에 한창이다.


선진국이 BMI 기술 상업화를 위한 회사를 설립하는 등 이 분야를 이끌어가고 있지만,

국내 연구진의 성과도 선진국 못지 않다.

신형철 교수팀 연구의 핵심은 뇌에서 운동을 담당하는 영역인 운동대뇌피질이

손상됐어도 인지, 기억 등을 담당하는 전전두엽, 해마 등 뇌 다른 부위의 신경신호로

운동기능을 대체할 수 있다는 데 있다.

미국 등 다른 나라 연구진들은 운동대뇌피질에서 나오는 신호만을 이용하기 때문에

운동대뇌피질이 파괴되면 뇌 신경신호를 얻을 수 없어 휠체어나 인공 팔다리 등 보조기구를

움직일 수 없다는 맹점이 있다.

신 교수는 “BMI 기술은 지금이라도  원하는 사람이 있으면 적용이 가능하다.

미국에선 약 3년 전 사고로 하반신이 마비된 남자 매튜 네이글에게 시도해 텔레비전

채널을 바꾸고 컴퓨터에 그림을 그리는 등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며 “그러나 뇌에

이식한 전극을 1~2년에 한 번씩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전극을 이식하지 않고 머리에

근적외선을 쪼여 뇌의 혈류량을 측정해 신경신호를 읽어내는 근적외선 뇌-기계 장치(NIRS)의

연구에 들어갔다”고 설명했다.

NIRS는 세계적으로 이제 막 태동한 분야며 신 교수팀도 쥐를 대상으로 한 연구를

시작했다.

신 교수팀은 우선 BMI 기술을 이용해 암에 걸린 사람을 찾아내는 ‘암 진단 강아지’를

2~3년 내 만들어 낸다는 계획이다.

신 교수는 “강아지는 사람이 따라갈 수 없는 뛰어난 후각 능력을 가졌다. 외국의

실험에서 강아지가 냄새를 맡아 암 환자를 95% 찾아냈다”며 “암 환자의 소변 샘플로

강아지를 훈련시킨 후 BMI 기술을 접목해 암 발병 여부를 음성이나 말로 표현해 낼

수 있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 교수는 무선 시스템을 갖춘 BMI 기기가 개발되면 약 2년 뒤 암 진단 강아지가

탄생할 것으로 예상했다.


장애인들에게 새로운 삶의 기회를 열어줄 BMI 기술은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기술이 아니다. 인체에서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부위를 인공적으로 만들어 인체에

이식, 장애를 극복할 수 있도록 돕는 ‘신경보철(神經補綴)’ 분야의 한가지다.

신경보철은 잃어버린 시력과 청력을 되찾아주는 ‘인공망막’과 ‘인공달팽이관(인공와우)’,

뇌에 전기자극기를 심어 파킨슨병 등 난치성 뇌질환을 치료하는 ‘뇌심부자극(DBS)’

등 다양한 분야가 연구되고 있다. 이중 인공달팽이관과 DBS는 이미 인체에 적용되고

있다. 인공달팽이관은 세계적으로 약 10만 명이 수술 받은 것으로 추산되며 사람

음성의 80~90%를 재현해서 들려주는 수준까지 왔다.

DBS는 빗장뼈(쇄골) 밑에 건전지를 삽입하고 뇌 속 특정 부위에 전기자극기를

이식한 후 전류를 흘려보내 뇌를 자극하는 수술인데 파킨슨병, 수전증, 근긴장이상증

등 뇌 이상으로 발생한 운동장애 질환을 치료한다. 현재 강박장애, 간질, 통증에 이르기까지

적용 범위를 확대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줄기세포 치료의 인체 적용이 족히 30년은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다양한 신경보철은 짧게는 수년에서 10~20년 내에 실용화 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연세대 신경외과 윤도흠 교수는 “황우석 사기극 때 많은 척수마비 환자가 줄기세포치료법이

조만간 실용화되는 줄 알았지만 비록 황 박사의 논문이 사실이라고 해도 실용화에는

30년은 족히 걸릴 것”이라면서 “BMI 치료는 적어도 줄기세포 치료보다는 훨씬 빨리

실용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황운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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