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뼈 늘리기’ 부작용도 쭉

부모 강박증이 되레 병/숙면·스트레칭 등 도움

수천만원을 들여 몇 년 동안 매일 집에서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는다. 키를 몇

㎝ 더 키우려고 아이의 초경을 늦춘다. 키가 또래 평균인데도 다리뼈를 늘리는 수술을

받는다.

이런 현상을 들은 외국인들의 첫 반응은 ‘설마?’이다. 아무리 설명해도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인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키가 작은 것보다 키와 같은 신체의 외형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이 병이라고 해석한다. 사회 전반에 걸친 외형 지상주의에 부모의 열등감을 교묘히

이용한 상술 등이 뒤섞여 일어나는 한국의 독특한 사회병리현상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부모와 자녀는 아무리 합리적으로 생각하려고 해도 키가 중시되는 현실을

무시할 수도 없어 걱정이다.

◆키 크는 비법은 없다=학계에서 인정하는 키 키우는 치료법은 두 가지다.

첫째는 성장호르몬 주사 치료. 매일 온몸을 돌아가며 주사를 맞는 것이다. 학계에서는

5000명 정도가 키를 키우기 위해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고 있는 것으로 추정한다.

그러나 성장호르몬 주사는 성장호르몬 결핍증, 터너증후군 등 호르몬 분비에 장애가

있는 아이들만 효과를 볼 수 있다. 현재 뇌고혈압, 대퇴골두골단분리증, 척추측만증

등의 부작용이 보고되고 있으며 선진국에서는 암, 당뇨병 등과의 관계에 대해 캐고

있다.

둘째로 정강이뼈에 금을 낸 다음 뼈를 늘리는 일리자로프 수술은 효과가 비교적

확실하지만 뼈를 깎는 아픔을 각오해야 한다. 다리 기능에 문제가 생길 위험도 감수해야

한다.

◆키에 집착하는 것이 병=학계에서는 부모의 키에 대한 강박증이 자녀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 것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경고한다.

부모는 아이가 키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면 “건강하게만 자라면 되고 마음이

잘 자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일러줘야 한다.

키는 어린이가 자연스럽게 성장하는지를 가늠하는 바로미터로서 중요하지 키가

작은 것이 장애는 아니다. 스타 중에서도 키가 작은 사람이 많다. 가수 프린스와

폴 사이먼은 157㎝, 밥 딜런과 빌리 조엘은 167㎝다. 여성 중에서도 프랑스의 전설적

가수 에디트 피아프는 142㎝였고 미국의 육체파 가수 돌리 파튼은 152㎝다.

서울대 의대 정신과 류인균 교수는 “아이가 키나 외모에 대해 스트레스를 받으며

자라면 자신감이 사라지고 심지어 자신의 신체가 정상인데도 장애로 여겨 괴로워하는

‘신체이형장애’로 진행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물론 아이가 정상적으로 자라는 것은 도와줘야 한다.

스트레스는 성장호르몬 분비를 방해하므로 아이가 키나 공부에 부담을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음식을 골고루 먹게 하는 것도 중요하다. 아이가 비만이면 성장에 장애가

오는 데다 햇빛이 뼈 성장에 필수인 비타민D의 생성을 돕기 때문에 밖에서 열심히

뛰어놀도록 유도한다.

이와 함께 스트레칭 체조나 요가, 철봉, 수영, 줄넘기 등 운동을 하면 키 크는데

도움이 된다. 잠을 푹 자게 하는 것도 필수다. 성장호르몬은 잠 잘 때 잘 분비되기

때문이다. 잠을 재우는 대신 인공 성장호르몬 주사를 맞히는 것은 이런 의미에서

보면 ‘미친 짓’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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