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손짓이 아기 두뇌 깨워요

아기와 손짓으로 대화하세요


최근 아기와 엄마의 접촉과 교감의 중요성에 대한 실증 연구가 활발한 가운데

엄마들이 아직 말을 못하는 아기와의 대화를 가능하게 하는 몸짓 신호(베이비 사인·Baby

Sign)를 배우는 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에서는 1980년대 말 알래스카 퍼시픽대 조지프 가르시아, 캘리포니아주립대

린다 에이커돌로 박사 등이 연구를 시작한 이후 관련 서적이 쏟아져 나왔다. 또 현재

인터넷 사이트를 통해 수많은 엄마들이 베이비 사인을 배우고 있다.

국내에선 2000년 에이커돌로의 책이 번역 소개됐고, 2003년 설립한 베이비사인연구소에서는

이 신호를 가르치고 있다. 이 연구소 문승윤 소장은 미국의 베이비 사인을 한국 실정에

맞게 고쳐 ‘베이비 사인’이란 책을 냈다.


말하는 근육이 충분히 발달하지 못한 아기가 낼 수 있는 자연스러운

몸짓이다. 엄마가 이 몸짓을 배워 아기에게 가르쳐 주고, 이를 통해 대화하는 것이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1980년대까지만 해도 아기를 수동적인

존재로 봤지만 요즘엔 생후 4주된 아기도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고 싶어 하는 적극적

존재임이 밝혀지면서 베이비 사인이 주목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아기는 8주만 되면 여러 가지 표정을 짓고 옹알이도 다양하게 하며

이들 모두가 넓은 의미의 베이비 사인이라고 소개했다.


베이비 사인은 의학적으로 뒷받침된다.

아기의 뇌는 태어나자마자 주변 환경과 조합하면서 1000억개의 신경세포와 최소한

1조 개의 연결세포가 조합을 이룬 다음 가지치기를 하면서 회로망을 만든다.

그런데 뇌 회로망은 생존본능을 담당하는 원뇌(原腦), 감정 정서 기억 등을 담당하는

옛겉질(구피질), 이성적 판단을 주관하는 새겉질(신피질)의 순으로 만들어진다.

아기 때에 감정 정서를 담당하는 옛겉질이 제대로 만들어져야 새겉질도 잘 형성된다.

따라서 엄마와의 접촉이나 사랑 등이 아기의 뇌 형성과 발달에 필수적인데 베이비

사인은 엄마의 애정을 표시하는 유용한 수단인 것.

아기가 손짓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 것도 중요한 포인트.

손은 독일의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가 ‘눈에 보이는 뇌의 일부’, 옛 소련 출신의

미국 시인 조지프 브로드스키가 ‘정신의 칼날’로 비유할 정도로 손놀림은 뇌의

발달에 결정적 역할을 한다.

뇌의 운동신경세포 중 3분의 1이 손놀림과 관련이 있는데다 하나의 뇌세포는 수십

개의 시냅스로 다른 뇌세포과 연결돼 있기 때문에 손놀림이 뇌 발달에 중요한 것이다.

문 소장은 “베이비 사인을 배워 실천한 엄마들은 아기의

언어발달이 다른 아이보다 훨씬 빠른 것에 감탄한다”고 소개했다.미국의 국립기관인

아동건강과 인간발달기구가 생후 10∼20개월 아이들을 두 무리로 나눠, 한 그룹에는

베이비 사인을 통해 엄마와 대화하도록 했고 나머지 그룹은 베이비 사인을 가르치지

않았다. 그 결과 베이비 사인을 배운 그룹은 지능지수(IQ)가 평균 114로 그렇지 않은

그룹 102보다 월등히 높았다.

다른 연구에서는 베이비 사인을 배운 아기들은 그렇지 않은 아기보다 2세 때 평균

50단어 이상을 더 많이 알고 3세 때에는 보통 4세 수준의 말하기 능력과 이해력을

갖는 것으로 나타났다.

문 소장은 “엄마가 짜증을 내려고 하면 아기가 엄마에게 베이비 사인으로 도움을

요청하므로 도저히 화를 못 낸다”며 “엄마와 아기의 관계가 새롭게 변하고 친해진다”고

소개했다.


보통 생후 7∼9개월부터 36개월까지 베이비

사인으로 대화한다. 우선 엄마는 그림과 같이 베이비 사인일지를 만든다. 그리고

아기에게 사진과 같은 방법으로 사인을 가르쳐준다. 사인은 틈만 나면 가르쳐주고,

또 가르쳐줘야 한다. 아기는 처음에는 멈칫거리지만 주위 사람에게 사인을 보여주고,

자기 생활의 변화를 느끼면서 엄청난 가속도가 붙는다.

이때 ‘주세요,’ ‘먹어요,’ ‘더’ 등 일상생활에서 만나는 상황과 말들을

우선 가르친다.

아기와 베이비 사인을 주고받을 때에는 항상 눈을 쳐다보고 이야기하며, 사물을

가리킬 때에는 가까이 가서 정확히 가르쳐줘야 한다.

매일 반복하며, 아기가 넘어지면 ‘아파요’를, 밥을 먹을 때 ‘주세요’를 신호로

보내도록 해야 한다.

베이비사인연구소 홈페이지(www.babysign.net)의 온라인강좌나 전국의 백화점

문화센터 등에서 배울 수 있다.

김붕년 교수는 “그러나 현재 미국에서 유행하고 있거나 한국에서 보급 중인  베이비

사인은 너무 도식적”이라면서 “특정한 동작을 교과서처럼 여기기보다는 베이비

사인을 엄마와 아기의 교감과 대화를 위한 유용한 수단으로 삼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아기의 옹알이는 또 다른 베이비 사인이다.

많은 과학자들은 옹알이가 가능한 것은 아기가 선천적으로 언어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미국의 언어심리학자 로라 안 페티토 박사는 아기가 옹알이할 때 왼쪽 입이 주로

움직이고 웃고 울 때에는 오른쪽 입이 실룩거리는 것을 발견했다. 페티토 박사는

“왼쪽 뇌는 몸의 오른쪽을, 오른쪽 뇌는 몸 왼쪽의 움직임을 총괄한다”며 “뇌

오른쪽은 감정과 정서, 왼쪽은 언어중추가 있으므로 옹알이가 이렇게 나타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선천적으로 들을 수 없거나 부모가 듣지 못하는 아기는 옹알이를 하면서

1.5초 단위로 손을 움직이는 것을 발견했다. 손의 리듬은 옹알이의 리듬과 똑같았다.

그는 “사람은 뇌에 언어능력이 갖춰져 있고 자신의 처지에 맞게 혀와 손 등의

도구를 쓴다”며 “아기는 말하는 근육이 발달하기 전이라도 어떤 식으로든 생각을

표현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모든 과학자가 이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다.

캘리포니아주립대 언어연구소 엘리자베스 베이츠 소장은 “인간은 지구에서 다른

동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의 뛰어난 지능을 갖고 있기 때문에 후천적으로 언어를

배운다”고 주장했다.

서울대병원 소아정신과 김붕년 교수는 “이런 논란을 떠나 옹알이가 아기의 표현방식이라는

사실은 분명하다”며 “엄마가 옹알이를 비롯한 아기의 온갖 표현에 반응을 보이면

아기의 뇌 발달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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