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의 정신분열병 – ‘뷰티풀 마인드’

“러셀 크로는 영화 ‘뷰티풀 마인드’에서 정신분열병의 세계를 정확히 보여줬다. 더스틴 호프먼이 ‘레인맨’에서 자폐증의 세계를 보여준 것처럼.”

“‘뷰티풀 마인드’는 할리우드 영화 중 정신분열병을 가장 정확히 묘사한 작품.”

2003년 미국의 워싱턴포스트 뉴욕타임스 등 언론은 ‘뷰티풀 마인드’를 의학적으로 해설하는 특집기사를 잇달아 게재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는 이 영화를 계기로 정신분열병이 관심의 대상으로 떠올랐다.

‘뷰티풀 마인드’는 ‘내시 균형 이론’을 창시해서 1994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존 내시의 일생을 담은 영화로 1998년 뉴욕타임스 기자 실비아 네이사가 펴낸 같은 이름의 책을 바탕으로 각색했다. 정신과 의사들은 이 영화가 ‘정신분열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으며 치유가 가능한 병’임을 제대로 알려준 최초의 영화라는 데 큰 의의를 부여하고 있다. 이 영화를 통해 정신분열병의 세계를 알아본다.

▽누구나 걸릴 수 있다〓정신분열병은 누구나 걸릴 수 있다. 존 내시같은 천재성 학자들은 물론이고 영화 ‘글래디에이터’의 검투사 러셀 크로처럼 야성미 넘치는 남성도 걸릴 수 있다. 통계조사에 따르면 정신분열병은 100명 중 1명이 걸리는 병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의 ‘2000년 입원 환자 수 조사’에 따르면 정신분열병은 2만2000여명으로 치질 백내장 폐렴 맹장염에 이어 5위였다.

▽이전의 영화와 오해〓미국의 정신과 의사 글렌 가바드가 정신분열병 환자가 나오는 영화 400여편을 분석했더니 ‘뷰티풀 마인드’ 이전의 영화는 모두 엉터리였다.

이전의 영화에서 정신분열병 환자는 ‘할로윈’ 시리즈에서처럼 살인자로 묘사되거나 앨프리드 히치콕 감독의 ‘사이코’에서 짐 캐리 주연의 ‘미 마이셀프 아이린’까지 수많은 영화에서처럼 괴벽을 지닌 미치광이로 등장했다.

그러나 실제로 살인 강간 등 범죄나 기이한 행동은 망상에 시달리는 일부 환자에게서 충동적으로 나타날 뿐 고도의 지능이 요구되는 치밀한 범죄는 찾아볼 수 없다. 오히려 정신분열병 환자는 겁이 많고 혼자 있기를 원하며 범죄율이 일반인보다 낮다.

‘뷰티풀 마인드’는 정신분열병 환자도 ‘아름다운 마음’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즉 이 병에 걸렸다고 정신이 완전히 파괴되지는 않으며 유머나 온정을 가질 수 있다.

▽치료가 가능하다〓정신분열병은 ‘천벌’이 아니고 뇌 속 신경전달물질의 균형이 깨지면서 생기는 병이다. 유전적 요인에다 대인관계의 충격, 외상, 감염 등 외부 요인이 더해져 생긴다.

이 병의 이름 ‘Schizophrenia’는 1908년 심리학자 유진 블륄러가 만들었다. 가슴과 배를 가르는 ‘가로막(Phrenia)’와 ‘분열(Schizo)’의 합성어로 ‘분열된 마음’이란 뜻.

당시 블륄러는 이 병이 나을 수 없고 악화된다고 봤지만 1972년 그의 아들 맨프리드 블륄러가 환자 208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20%는 완치됐고 30%는 눈에 띄게 증세가 좋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뒤이어 미국 유럽 일본 등에서 시행된 조사에서는 환자의 46∼68%가 완치 또는 개선되는 것으로 드러났다.

▽좋은 약들〓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수는 없다’에서 잭 니컬슨은 약이 아니라 헬렌 헌트의 사랑에 의해 치유되는데 이런 경우는 드물다. ‘뷰티풀 마인드’에서처럼 제대로 치료받으면 증세가 좋아지고 치료에 소홀하면 악화된다. 정신분열병은 약물로 75% 정도가 완치 또는 호전된다. 이전에는 약을 먹으면 침을 흘리거나 멍하게 보이는 등 부작용이 있었지만 자이프렉사 리스페리돈 세로퀼 등 최근 나온 약은 부작용이 거의 없다.

상당수 환자는 청소년기와 20대에 발병했다가 50대 이후에 증세가 개선되는데 이는 환자가 치료를 받으면서 주위 상황을 조절하는 능력이 생기고 한편으로는 정신분열병 때 과다분비되는 신경전달물질의 분비가 40대 중반 이후에 줄기 때문이다.

극소수에서 치료를 받지 않아도 회복되는 경우는 있지만 치료를 받지 않는 경우 10∼20%가 자살을 시도하는 등 치명적인 상태가 되므로 반드시 치료를 받아야 한다. 조기에 치료받을수록 치료율은 높다.

정신분열병에는 환청 망상 등을 경험하면서 ‘정보기관이 뇌 속에 도청장치를 달았다’ ‘우주인이 나를 죽이려 한다’ 등의 주장을 하는 양성증세와 남을 만나기 싫어하고 말이 없어지며 감정이 메마르는 음성증세로 나눌 수 있는데 양성증세가 음성증세보다 훨씬 치유가 쉽다. 영화에서 존 내시도 양성증세를 보였으며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정상생활이 가능할 정도로 치유됐다.

▽감동(感動)을 위한 각색〓영화에서 존 내시는 환상(幻想)에 시달린다. 그러나 정신분열병 증세로는 환상보다는 환청(幻聽)이 훨씬 더 많다. 원작에서는 내시가 환청에 시달리는 것으로 돼 있는데 영화에서는 영상 효과 때문에 이를 환상으로 바꿨다.

또 영화에서는 내시가 구소련의 암호를 해독하면서 냉전의 공포 때문에 정신분열병에 걸린 것으로 나오지만 책에서는 내시가 어릴적 아버지의 죽음, 한국전쟁 징병에 대한 걱정, 노벨수학상으로 불리는 ‘필즈 메달’을 못받은데 대한 열등감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생긴 것으로 나온다.

영화에서는 내시의 동성연애, 이혼 등 경력을 의도적으로 누락했다.

한편 할리우드 영화를 종합하면 천재가 정신분열병에 잘 걸리는 것으로 보이지만 천재들의 정신분열병 발병은 일반인보다 높지 않다. 단지 천재는 일반인보다 우울증에 더 잘 걸린다.

◆ 정신분열병의 대표적 초기 증세

·밤에 잠들기가 힘들다.

·주의집중이 힘들다. TV 를 보는 것 조차 힘들다.

·이전에 비해 건망증이 심해진다.

·종일 신경이 날카롭거나 걱정거리가 떠나지 않는다.

·환청이나 환시가 있다.

·이전에는 편안하게 느껴지던 사람 장소 사물이 낯설거나 두렵다.

·누군가가 나에 대해 얘기하거나 비웃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사람에게 소외돼 주로 방에서 혼자 지낸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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