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학자 융 ‘그림자이론’으로 풀어보면

왜 영남사람들은 ‘DJ’소리만 들어도 역정부터 내고 호남사람은 그 반대일까? 왜 선거전략에서 정책 대결보다 남을 비방하는 것이 더 먹힐까? 어째서 지역감정을 없애자고 얘기할 때 오히려 지역감정이 더 심해질까?

“사람의 의식을 들여다보며 논리적으로 풀려고 하면 설명이 안된다.”

정신과의사와 분석심리학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위와 같은 현상은 사람의 무의식 영역과 관련이 있기 때문. 전문가들은 “칼 구스타프 융이 말하는 ‘그림자’를 알면 해답에 가까워진다”고 말한다.

융에 따르면 사람의 마음은 의식과 무의식으로 이루어지며 서로 영향을 끼친다.

이 중 ‘그림자’는 무의식의 열등한 인격이며 자아의 어두운 면이다. 의식은 그림자를 억압하려는 경향이 있는데 이 때 무의식의 그림자를 자신과 비슷한 부류의 사람에게 투사해서 다른 사람을 욕하거나 비방하는 것이다.

“정치인들은 다 썩었어” “있는 놈은 다 안돼”하는 사람 중엔 실제로 자신이 권력이나 부를 얻으면 그보다 더 할 사람이 적지않다. 이들 대부분은 자신의 무의식에서 감추고 싶어하는 부분인 그림자를 특정인을 향해 쏘아대는 것이다. 지나치게 도덕적인 사람이나 인격자 연하는 사람들도 속에 그림자를 숨기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림자가 없는 사람은 없다. 왠지 어떤 사람이 밉거나 그 사람 얘기만 나와도 화가 날 때 돌이켜보라.

그 사람을 욕하는 이유가 자신의 그림자 때문은 아닌지….

그림자 투사는 집단적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비슷한 환경에서 자라면서 비슷한 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무의식에 같은 성질의 그림자가 형성되기 쉽다. 이들이 ‘우리가 남이가?’ 따위의 슬로건 아래 뭉칠 때 다른 편에 대한 집단적 혐오를 드러낼 수 있다.

더러 정치권력이 그림자 투사를 이용하기도 한다.

1992년 대선 때 ‘초원복집’ 사건은 정치인들이 지역감정을 어떻게 유발하는지를 극명히 보여준 사례.

또 불공정한 인사정책은 지역감정을 강화시켜 왔다. 정치가들은 무의식 밑바닥에 있으면서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절대악에 해당하는 ‘원초적 그림자’를 끌어올려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는데 히틀러가 대표적이다.

자신은 되돌아보지 않고 남만 욕하는 방식으로 자아의식이 그림자를 계속 누르면 의식과 무의식이 따로 노는 노이로제에 걸릴 가능성이 있다.

의식이 지나치게 내향형이어서 외향적 무의식을 억압하는 사람은 쉬 지치고 피곤하며 무력감을 느끼는 신경쇠약증세가, 의식이 지나치게 외향형이어서 내향적 무의식을 억압하는 사람은 건강염려증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지나치게 합리적 사고에 집착하는 사람은 비합리적 강박사고 공포증세 등에 시달릴 수 있다.

‘그림자 문제’는 가족을 파괴하기도 한다. 스스로 인격자인 양 확신하며 행동하는 사람은 자녀에게도 자신의 그림자를 투사해 비난을 해댄다.

그러나 그럴수록 자녀는 자기의 행동을 통해 부모의 억눌린 그림자를 벌충하려 한다. 점잖은 성직자나 교사에게 망나니 아들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

자신이 남을 욕하는 부분이 사실 스스로에게도 해당된다는 사실을 ‘인정’하기만 해도 정신 건강에 좋다. 자신의 그림자는 약간의 자기 비판으로도 볼 수 있다. 남과 얘기할 때 어떤 부분에서 버럭 화가 나는 것은 상대방이 자신의 억압된 그림자를 건드렸을 가능성이 크므로 거기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그림자를 의도적으로 행동으로 옮겨 의식과 무의식의 화합을 꾀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화려한 옷을 입은 여성만 보면 화가 나는 노이로제 환자는 자신도 어느 정도 화려한 옷을 입음으로써 노이로제에 벗어날 수 있다.

그림자는 또 꿈에 여러 가지 형식으로 나타난다. 분석심리학자들은 꿈을 분석해 그림자가 의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려는지를 추론하는데 ‘꿈은 반대’라는 말은 꿈이 의식의 보상작용이라는 의미에서 맞는 말이다.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는 사회의 발전도 이룬다. 한 사람 한 사람이 의식과 무의식의 조화시키는 자기실현을 이루면 그림자의 집단적 투사도 막을 수 있다.

▼칼융…무의식을 집중연구한 정신과 의사▼

스위스의 심리학자 및 정신과 의사인 칼 구스타프 융(1875∼1961·사진)은 ‘분석심리학’의 기초를 세워 정신의학 종교 문학 등에 영향을 미쳤다.

그는 지그문트 프로이트에게 정신분석학을 배웠으며 한때 프로이트의 후계자로 알려졌으나 정신과 환자를 치료하면서 노이로제가 성적 근거를 갖고 있다는 프로이트와 견해를 달리해 ‘스승’과 결별했다.

융은 무의식 속에는 억압된 성적충동 뿐 아니라 갖가지 충동과 심리적 요소가 있으며 나아가 이미 태어날 때부터 마음의 토대를 이루고 있는 무의식의 층이 있음을 발견했다. 융의 이론은 무의식이 자율성과 창조적 조정능력을 지녔다는 점에서 프로이트와 근본적으로 다르다. 저서는 ‘무의식의 심리학’‘심리적 유형’‘무의식의 심리학’ 등.

▼용어해설▼

△자아〓겉으로 드러난 의식의 영역을 통해 외부세계와 관계를 맺으면서 내면세계와 소통 하는 주체

△페르소나〓가면이라는 뜻. 집단사회의 행동규범 또는 역할. 그림자의 집단적 투사가 생기 는 것은 구성원들이 페르소나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 자아와 페르소나가 동일시될 수록 무의식과의 단절은 심해진다.

△개인적 무의식〓살아오면서 쌓인 무의식의

△집단적 무의식〓태어날 때부터 갖는 원초적 무의식. 독재자들은 이 무의식에 있는 그림자 를 끌어올려 전쟁을 일으킨다.

△아니마〓남성이 갖고 있는 여성적 성격의 내적 인격

△아니무스〓여성이 갖고 있는 남성적 성격의 내적 인격

△자기〓자아와 무의식이 하나로 통합된 전체정신

△원형〓지리적 인종 문화 시대사조에 관계없이 인간이면 누구나 갖고 있는 원초적 조건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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