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경수술,해야할까 말아야 할까?

포경수술은 백해무익(百害無益)?겨울방학이 되면 많은 학부모들이 아들에게 포경수술을 해줘야 할지 고민한다. 지난해에는 국내에서 포경수술 반대운동을 벌이고 있는 과학자들이 국제인권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이 보도됐다. 언론의 보도도 제각각이다.

그러나 주위의 모든 아이들이 수술을 받고 있어 나중에 놀림감이 될까 걱정된다. 어떻게 해야 할까.

이 문제에 대한 정답은 없다.

포경수술이 아이에게 엄청난 혜택을 가져다 주는 것은 아니지만 ‘반대운동’을 펼치는 사람의 주장을 맹목적으로 따를 필요는 없다.

포경수술 논란은 시민단체에서 부정적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다는 점에서 제왕절개술 논란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

국내에서 제왕절개의 과다시술이 문제시되면서 첫 아이를 제왕절개로 출산한 여성이 다음 출산때도 반드시 제왕절개를 할 필요는 없다는 분위기가 한때 팽배했다.

그러나 최근 첫 출산 때 제왕절개술을 받은 사람이 다음에 정상분만을 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사실이 의학적으로 입증됐다. 최근 국내 법원에서도 의사가 이전에 제왕절개술을 받은 여성에게 유도분만을 하다가 사고가 생기면 의사의 잘못이라는 판결이 나왔다.

국내에서 포경수술이 지나치게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주장은 맞다.

그러나 ‘무조건 받지 말아야 한다’는 논리는 위험할 수 있다.

포경이면 음경의 습진이 생기거나 성생활 때 이 부위가 찢어질 위험이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약간 높은 것은 사실이다. 또 자궁암과 음경암 등을 일으키는 인유두종바이러스(HPV)에 감염되기 쉽다는 주장도 틀렸다고 확언할 수는 없다.

다만 포경수술을 받으면 성기능이 향상된다는 주장은 논거가 약하다.

최근에는 포경수술이 에이즈 발병률을 줄일 수 있다는 가설도 제기되고 있다.

2000년 미국 국립보건원(NIH)과 존스홉킨스대, 컬럼비아대의 공동연구팀이 우간다에서 부인이 에이즈에 감염된 187쌍의 부부를 대상으로 조사했더니 포경수술을 받지 않은 남편 137명 중 16.7%가 1년 내에 에이즈에 감염된 반면 포경수술을 받은 남편 50명 중에는 한 명도 에이즈에 걸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아프리카에서는 할례가 이뤄지는 지역이 그렇지 않은 지역보다 에이즈 감염률이 낮다.

또 지난해 미국 시카고의 카를로스 에스타다 박사가 미국비뇨기과학회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포경수술을 하지 않은 남성의 음경 포피 세포에는 에이즈 바이러스가 인체 내에서 둥지를 트는 수용체(受容體)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포경수술을 많이 받는 미국이 그렇지 않은 일본이나 유럽에 비해 에이즈 환자가 많다는 것. 그러나 이에 대해 포경수술과 에이즈의 관련성을 주장하는 학자들은 “국가별 성문화나 첫 발병 상황 등을 고려하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포경수술 반대론자들은 “성병은 건전한 성생활과 콘돔 사용으로 예방해야지 포경수술로 예방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말한다. 또한 한때 불필요한 것으로 인식돼 제거술이 성행했던 편도선이 최근 면역기능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듯 포피도 우리가 아직 알 수 없는 기능을 할 수도 있다는 주장도 있다.

국내 의학자들은 “현실적으로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포경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한다.

한편 국내에서는 신생아의 포경수술을 권하는 산부인과가 많지만 대부분의 의학자들은 신생아 때 포경수술을 받지 않는 것이 좋다는 데 의견을 같이 한다.

신생아 때 포경수술 중 느꼈던 통증은 최소한 사춘기까지 잠재의식에 남아 아픔에 예민한 반응을 보이게 되고 남성의 심리상태에 어두운 그늘을 지우기 쉽다는 것.

이에 따라 1999년 미국 소아과학회(AAP)는 ‘포경수술이 득보다 실이 훨씬 많다’는 결론을 내렸다.

아이에게 굳이 포경수술을 받게 해야겠다면 초등학교 고학년이나 중학교 때 시키는 것이 좋다. 이때에는 의사 표현을 제대로 할 수 있고 국소마취로 통증을 어느 정도 견딜 수 있기 때문이다. 이와 상관없이 포피가 귀두 부분을 과다하게 조이거나 이 부위에 염증이 자주 생기면 수술을 받는 것이 좋다. 이때에도 아이가 원할 경우에 한정하는 것이 좋으며 억지로 시키는 것은 좋지 않다.

수술은 이전에 귀두를 덮고 있는 부분을 통째로 싹둑 자르고 꿰매는 기요틴(단두대)법이 대부분이었다. 요즘에는 귀두를 덮고 있는 부위의 바깥쪽 포피만 양파 껍질을 벗겨내듯 피하조직과 구분한 뒤 포피만 잘라내고 남아있는 피하조직만 당겨서 꿰매는 방법을 많이 사용한다. 10분 정도면 수술이 끝나고 4∼7일 안에 수술 부위가 아물어 목욕이 가능해진다.

녹는 실을 사용하면 실밥을 뽑을 때의 통증은 없지만 가끔 실이 있었던 부위에 구멍이 남아 이물질이 끼는 수가 있다. 일부에서는 특수한 모양을 원하지만 감염 위험이 높아지는 등 득보다 실이 많다.

◆언제부터 포경수술했나

포경(包莖)은 우리말로 우멍거지. 포경은 고래잡이를 뜻하는 포경(捕鯨)과 한글 발음이 똑같아서 포경수술을 속칭 ‘고래잡이 수술’이라고도 부른다.

일부 포경수술 반대론자는 “포경은 귀두와 포피가 분리되지 않고 붙어있어 손으로 훑어내렸을 경우 귀두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 것만 가리키는데도 의사들조차 평소 포피가 귀두를 덮고 있는 것을 포경으로 여기는 실정”이라고 비판한다.

그러나 의학적으로는 넓은 의미로 후자까지 포함한다. 손으로 포피를 벗겨내려서 자유롭게 귀두를 노출할 수 있으면 ‘과장포경’‘가성(假性)포경’이라고 하고 그래도 귀두가 노출되지 않는 것을 ‘진성(眞性)포경’이라고 하는 것.

포경수술은 6000년 전 이집트에서 시작됐고 유대인에게 전해졌다고 한다. 유대교에서는 생후 8일째 되는 날 포경시술을 시행하는데 이 의식을 할례라고 한다. 할례는 구약성서에서 하나님과 아브라함의 후손 사이에 한 계약의 증표로 묘사된다(창세기 17장 9∼14절). 이에 따르면 아브라함은 99세에 할례를 받았다.

이슬람권에서는 마호메트가 포피 없이 태어났다고 알려진 뒤 수술이 전통으로 굳었다. 중세 유럽의 일부 성직자와 의사들은 포피를 그냥 두면 ‘자위의 광기’에 빠지게 되고 히스테리 간질 야뇨증 등을 일으킨다며 수술을 권했다.

1932년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에 포경이면 남성의 음경암과 아내의 자궁암을 유발한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면서 본격적으로 수술 바람이 불었다.

현재 포경수술의 장단점에 대해서 각종 의학지에 논문이 수시로 발표되면서 찬반 논란이 지속되고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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