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딸보다 유전적으로 열성

주부 임모씨(34·경기 고양시)는 자신의 아파트 위층에 사는 주부와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씩씩’거리며 귀가한다. 일곱살짜리와 다섯살짜리 아들들이 늘 말썽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위층 주부의 두 딸은 자신의 아들과 동갑들인데도 귀엽고 어른스럽기까지 한데….

나들이가 끝날 무렵엔 늘 아들에게 화풀이를 하고 아들도 대들어 기분이 더욱 상하게 되는 것이다.

‘말썽 피우는 아들, 사려 깊은 딸.’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지만 국내의 일만은 아니고 세계적인 현상이다. 무엇 때문일까?

과학자들은 “아들이 딸에 비해 유전적으로 ‘열성(劣性)’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를 뒷받침하는 통계와 과학적 증거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에서는 ‘아들은 열성’이라는 특집기사가 잊을 만 하면 나온다.

▽말썽꾸러기 사내 아이〓미국에서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성적 중 D와 F의 70%가, 학습 불능의 3분의 2가 남자 아이라는 조사 결과가 있다. 알코올 및 약물 중독의 90%, 청소년 범죄와 주의력 결핍 과잉행동장애의 80%가 남자 아이라는 것. 2007년경에는 미국내 남자 대학생 수는 6900만 명으로 여학생(9200만 명)보다 훨씬 적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1학년(우리의 고2) 남자 아이의 평균 작문실력이 8학년(중3) 여자 아이 평균과 비슷하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또 학교 동아리의 대부분에서 여자 아이들이 ‘리더’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미국 교육계에선 남자 아이들을 여자보다 초등학교에 늦게 입학시켜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남녀 공학학교 내에서 ‘남자 반’만 따로 만들어 사내아이의 특성에 맞춰 가르치려는 시도도 이뤄지고 있다.

어메리컨대의 데이브드 새드커 교수는 “미국 교육계가 여자 아이에 신경쓴 지 20년 만에 이번에는 뒤떨어진 남자 아이들을 걱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유전적 우열은 왜?〓현재 과학자들은 남녀 차이를 남자의 유전적 취약성에서 찾고 있다.

의학적으로는 임신부가 스트레스를 받으면 남자 태아가 숨질 가능성이 더 많은 것으로 밝혀졌다. 또 남자 태아가 뇌손상을 입거나 뇌성마비가 될 위험은 여자 아이보다 훨씬 크다. 뇌 발달을 기준으로 보면 남자 신생아는 여자보다 평균 6주 뒤진 상태에서 태어난다.

올해 초 사람의 유전자 지도가 공개될 당시 남성 유전자의 돌연변이가 여성보다 2배 가량 많다는 점이 발표됐다. 따라서 유전자 고장으로 ‘불량’이 될 가능성도 남자가 훨씬 높은 것이다.

▽행동이 앞서는 아들, 사려깊은 딸〓대체로 남자 아이들은 신체 운동에서, 여자 아이들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뛰어난 편이다. 뇌는 정서적인 토양 위에서 발달하기 때문에 정서적 측면에서 뛰어난 여자 아이는 남자 아이에 비해 지능과 사회성이 향상되기 쉽다.

뇌과학의 발달로 이러한 남녀간 차이가 왜 생기는지 규명되고 있다.

뇌에는 감각신경 또는 운동신경과 정보를 교류하는 ‘백색질’과 정보처리가 이뤄지는 ‘회색질’이 있는데 남자는 백색질이 많은 반면 여자는 회색질이 많다. 게다가 여성의 뇌는 뇌의 좌우 반구를 연결하는 ‘뇌들보’가 잘 발달해 있다.

남성의 뇌들보가 ‘구리 전화선’이라면 여성의 뇌는 ‘광(光)케이블’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여성이 언어구사 능력이나 판단력 등에서 뛰어날 수 밖에 없다.

또 여성은 감정을 처리하는 곳이 언어처리 영역에 인접해 있지만 남자는 본능과 관련된 뇌 부위에서 감정 처리가 이뤄진다.

이 때문에 뇌 의학자들은 “여성의 뇌는 남성보다 11% 작지만 훨씬 더 정교하게 진화했다”고 말한다.

▽환경이 유전적 차이를 더 벌린다〓뉴욕대 심리학과 니오브 웨이교수는 “사실 남자 아이들도 정서적 교류를 원한다”면서 “그러나 가정 등에서는 그나마 부족한 남자 아이의 정서처리 능력을 더욱 약화시키고 있다”고 말한다.

대부분의 부모는 딸이 울면 “왜 울지”라며 원인을 물어 정서적 해결을 시도하는데 반해 아들이 울면 “괜찮아, 사내가…”라는 식으로 덮어버린다. 이런 태도는 남자 아이들의 문제를 키워버리는 결과로 이어진다.

또 하버드대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생존 본능이 여자보다 발달한 남자 아이들은 ‘왕따’될 것을 두려워 해 정서적인 표현을 삼가하고 단순 과격해지곤 한다는 것.

보스턴 어린이병원의 엘리 뉴스버거 박사는 “남자 아이는 유전적으로 정서적 측면이 약한데다 학교 생활이나 친구 관계 등에서 필요한 정서적 훈련을 받을 기회가 별로 없다”며 “그런데도 엄청난 기대감 속에서 크므로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좌절하기 쉽다”고 말한다. 아들에게도 지나친 기대 대신 이해와 사랑이 필요하는 것이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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