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친 음주 엉덩관절 ‘삐걱’ 위험

《H그룹 정모이사(50)는 지난해 말 차렷자세 때 주먹이 닿는 부위가 아파 절룩대다 병원에 갔다. 의사는 술이 화근이라고 설명했다. 정이사는 주위로부터 ‘타고난 술꾼’이라고 평가받는 사람. 술 때문에 넙다리뼈(대퇴골)가 썩었고 이 때문에 관절도 망가졌다는 것이었다. 정이사는 곧바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정이사는 “수술 효과가 신통해서 퇴행관절염으로 고생하시는 올 75세의 어머니에게도 수술을 권하고 있지만 어머니가 ‘살면 얼마나 더 산다고…’라며 안 받겠다고 버티신다”고 말했다.》

미국 캐나다 유럽 등지에선 80세가 넘어도 인공 엉덩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이 많다. 캐나다 앨버타대의 앨리스 존스 교수팀은 미국 내과학회지 최신호에서 환자 45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0세가 넘어도 인공 엉덩관절 수술 효과가 있으며 수술 뒤 ‘삶의 질’이 뚜렷이 개선된다고 발표했다.

▽엉덩이와 엉덩관절〓엉덩이는 궁둥이와 다른 부위. 엉덩이는 허리의 잘룩한 곳에서 허벅지까지의 옆 부분과 허리 뒤 바로 아래를, 궁둥이는 주저 앉을 때 바닥에 닿는 부위를 가리킨다. 엉덩관절은 ‘그래픽’과 같이 골반의 절구에 소킷 모양으로 넙다리뼈가 연결돼 있는 형태로 인체에서 가장 안정적이며 어깨관절 다음으로 운동범위가 넓다.

▽엉덩관절 수술 대상〓우리나라에서 인공 엉덩관절 수술을 받는 사람 중엔 정이사처럼 ‘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대퇴골두 무혈괴사) 환자가 가장 많다. 환자는 30∼50대 남성이 대부분. 음주가 가장 큰 원인이다. 술을 많이 마시면 알코올의 지방 성분이 혈관을 통해 넙다리뼈 머리로 흘러들어가 혈액순환을 방해한다. 이 때문에 뼈가 찌그라들면 ‘잇몸이 상해 이가 나빠지듯’ 뼈가 받치고 있는 관절의 연골막이 내려 앉아 관절도 망가진다. 피부병 콩팥염 등으로 스테로이드 제제를 많이 써도 이 병이 생긴다. 스쿠버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도 잘 걸린다.

노화로 뼈가 약해지고 관절면이 닳은 ‘퇴행관절염’ 환자나 뼈엉성증(골다공증)이나 사고로 넙다리뼈의 목 부위가 부러져 수술받는 경우도 많다.

▽엉덩관절 수술〓넙다리뼈 머리 무혈괴사는 일찍 발견하면 약물 또는 물리치료로 고칠 수 있다.

수술은 환자를 수면제로 잠재우고 허리 아랫부분을 마취시킨 뒤 엉덩잇살을 찢은 다음 1시간반∼2시간 동안 이뤄진다. 전엔 뼈시멘트로 뼈와 인공관절을 접착시켰지만 최근엔 표면처리된 금속 세라믹 등의 신소재가 등장해 20년 이상 거뜬히 쓸 수 있다.

국내에선 최근 ‘관절면 치환술’이 도입돼 안전성과 효능에 대해 논란 중이다. 이 방법은 넙다리뼈를 최소한으로 자르고 손상된 관절면을 갈아끼우는 것. 80년대 한때 유행하다가 관절 마모가 심해 폐기됐지만 최근 마찰이 적도록 표면 처리된 새 재질의 인공관절이 등장하면서 새로운 치료법으로 등장했는데 안전성과 수명 등에 대해 아직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수술 이후엔?〓1∼3주 입원해야 하며 일반적으로 1주 정도 보행연습을 하고 2~6주 동안은 목발이나 지팡이를 이용해야 하며 몸이 허약한 노인은 3개월 까지도 목발 또는 지팡이를 짚고 다녀야 한다. 100명 중 3명은 넙다리뼈가 골반 절구에서 삐져나가는 ‘탈구’로 다시 병원에 온다. 탈구를 예방하려면 의자에 앉아서 물건을 짚는다든지, 다리를 꼬고 앉지 않아야 하며 발톱 깎을 때, 신발 신을 때 조심해야 한다. 탈구가 생기면 환자를 마취한 다음 관절을 끼워맞추며 3개월 동안 다리를 벌린 상태로 있게하는 보조기를 착용케 한다. 의사의 지시에만 잘 따르면 별 탈 없이 ‘걷는 기쁨’을 누릴 수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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