닭-오리고기 안심하고 드세요

'음식 전염' 난센스

국내에서 조류인플루엔자(AI)가 발생한 이후에도 주한미군들은 여전히

‘치킨’을 맛나게 먹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4년 초 79년 만에 조류인플루엔자가 발병해 충격파가

컸지만 닭고기 소비량에는 변동이 없다.

이에 반해 한국에서는 닭고기 오리고기 소비량이 급감했다. 한국인이

닭고기와 오리고기를 기피하는 것은 외국인들이 보기엔 도저히 이해가

안 되는 독특한 현상이다.

이에 대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한국인은 과학적인 사고보다는 유행에

따라 행동을 결정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으로 설명한다.

과학적으로 볼 때 닭고기나 오리고기를 먹고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확률은 ‘제로’이다.

한 과학자는 “사람이 닭고기를 먹고 조류인플루엔자에 걸릴 확률은

로또복권 1등에 연거푸 두 번 당첨된 사람이 벼락 맞을 확률보다 낮다”고

비유했다.

이는 간단한 과학적 원리만 알면 쉽게 설명이 된다.

우선 바이러스나 세균은 숙주의 특정 세포에 들어가 둥지를 틀고

증식한다. 그런데 숙주 세포로 들어가려면 숙주 세포에 있는 일종의

자물쇠인 수용체를 열 수 있는 열쇠가 있어야 한다. 이 열쇠가 없으면

바이러스가 사람의 몸 안에 들어갈지언정 세포 안에는 들어갈 수가 없다.

무리하게 자물쇠를 열려고 하면 경보장치가 울려 ‘경찰’ 역할을 하는

백혈구가 출동해 침입자를 죽인다.

현재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새나 닭의 세포에는 들어갈 수 있지만

사람 세포의 자물쇠를 열 열쇠가 없기 때문에 사람에게서는 유행하지

못하고 있다. 동남아에서 사람에게 전염된 몇몇 경우는 경보시스템이

고장 난 상태에서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자물쇠 구멍에 억지로

열쇠를 끼워 넣어 문을 따고 들어간 특이한 경우라고 보면 된다. 물론

이 경우에도 감염된 사람들은 닭고기를 ‘먹은’ 것이 아니라 닭과 가까이

‘접촉한’ 경우다.

설령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가 어떻게 해서 사람의 세포에 둥지를

틀 수 있다고 해도 이는 호흡기 세포에 국한된다. 따라서 닭고기를 먹는

과정에서 호흡기로 바이러스가 들어가 감염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게다가 조류인플루엔자를 포함한 바이러스는 외부 환경에 따라 생존

여부가 결정된다. 조류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섭씨 20도에서는 3, 4일밖에

살지 못하며 75도 이상의 열에서는 금세 죽는다.

그런데도 조류인플루엔자가 무서워 닭고기를 먹지 않는 것은 밥알이

기도(氣道)를 막아 죽는 것이 두려워 밥 먹기를 기피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 바 없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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