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불안장애?…회의 때면 조마조마

세계보건기구(WHO)는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질환을 21세기에 가장 중요한 질병으로 꼽고 있다. 국내 정신과 전문의들은 우리나라처럼 국민의 정신건강이 황폐화돼 있고 사회적으로도 정신병리현상이 만연해 있는 나라가 드물다고 말한다.

우리 사회의 정신건강을 해치는 주범으로 급격한 사회변동에 따른 불안감을 꼽는 전문의들이 많다. 불안감은 다른 정신질환을 일으키고 신체 건강을 해치기도 하지만 사실 불안감 자체의 병인 ‘불안장애’도 많은 사람이 걸리는 병이다.

▽불안과 불안장애〓불안은 인체를 보호하기 위한 방어시스템. 불안거리가 생기면 간뇌의 청반(靑斑)이라는 곳에서 몸에 경고 메시지를 보내고 자율신경계를 흥분시켜 인체가 ‘경계 체제’에 들어간다. 불안감이 너무 잦으면 피로해진다. 또 스트레스와 과로 등으로 ‘불안―경보 시스템’이 고장나 별로 불안하지도 않은데 교감신경이 과잉 활성화되면 늘 불안해 생활에 지장이 있는 ‘불안장애’가 된다.

불안장애로는 △특정 상황에서 갑자기 극심한 불안과 함께 심장이 조이고 식은 땀이 나는 등 공황발작이 되풀이되면서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공황장애’ △반복적으로 어떤 생각이 떠오르거나 특정 행동을 하는 ‘강박장애’ △끔찍한 사고 뒤 불안해지는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사회공포증 △범불안장애 등이 있다. 특히 뒤의 두 개는 잘 알려져 있지 않으면서도 많은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병이다.

▽사회공포증〓낯선 사람과 얘기하거나 다른 사람들 앞에서 연설하는 것 등을 두려워해 이런 상황을 피하려고 하는 것. 심해지면 공황장애 알콜중독 등이 생긴다.

미국에선 인구의 13%가 사회공포증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국내에선 인구의 2%가 치료가 필요한 중증 사회공포증 환자라는 연구결과가 있으며 최소 20%가 각종 사회공포증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우리나라에선 증세가 심하지만 이를 인정하지 않는 환자가 많다. 체면을 중시하는 문화 탓이다. 환자는 성취 지향적이며 완벽을 추구하는 사람에게 많다. 부딪히면 별 일이 아닌데도 다른 사람 앞에서 부끄러운 모습을 보이기 싫어 특정 상황을 회피하고 이 때문에 증세가 악화되는 것.

중증이 아닐 경우 상황에 부딪히면서 해결하는 것이 좋다. 심할 경우 회의에서 발표 등 특정 상황을 앞두고 항불안제와 얼굴이 빨개지고 가슴이 두근거리는 등 신체적 증세를 없애는 베타차단제를 먹으면 괜찮아지며 한번 자신감이 붙으면 극복할 수 있다.

▽범불안장애〓걱정이 걱정인 병. 신문에서 사고 기사를 보면서 나에게도 나타나지 않을까 불안해 하며 불안상태가 또 나타날까 걱정하게 된다. 주로 성격 탓이며 인구의 5%가 평생 한 번은 이 병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된다. 심해지면 공황장애 사회공포증 강박장애 등 다른 불안장애나 알코올 중독, 우울증이 동반된다.

다른 불안장애와 마찬가지로 약물치료와 인지행동치료 최면요법 집단치료 등으로 고친다.

불안장애의 치유엔 복식호흡도 도움이 된다. 배로 숨을 쉬면 가슴과 배를 갈라주는 가로막 밑에 많이 분포해 있으면서 신체 이완을 맡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할 수 있다. 방법은 가슴과 배에 각각 손을 대고 가슴은 가만있게 하고 배를 당겼다 내미는 방법으로 천천히 숨쉬면 된다.

◇최면으로도 ‘불안증’치료

정신과 치료의 보조요법으로 쓰이는 최면. 몇 년 전 대구에선 뺑소니 사고의 목격자가 최면상태에서 가해 차량의 번호를 기억해 범인을 붙잡기도 했다. 최면의 세계를 알아본다.

▽최면은 무의식 상태?〓최면에 걸리면 몸과 마음이 편안해져 자아가 의식하는 기능이 약화된다.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이 꿈을 꾸듯 상상을 만들어내는 상태지만 의식이 없는 것은 아니다. 최면에 걸리면 마음이 한곳에 집중되고 암시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최면을 걸면 전생을 알 수 있나?〓최면에 걸리면 시간이 거꾸로 흘러 어린 시절처럼 느낄 수 있다. 이때 무의식의 세계가 꿈을 꾸듯 상상의 세계를 만들어내곤 하는데 이것을 전생이라고 부를 순 없다. 정신과에선 이 무의식을 분석해 마음병의 뿌리를 밝히거나, 무의식에 호소해 마음의 뿌리 깊은 습관을 고쳐 정신질환을 치료한다.

▽최면은 마술?〓최면 시술자의 특정한 기술이 중요한 것처럼 알려져 있지만 사실 걸리는 사람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 혼자서 연습해서 최면에 빠질 수 있으며 이 방법으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

▽최면에서 기억한 것은 진실?〓장담할 수 없다. 최면에서 나온 기억은 법정 증거로 채택되지 않는다. 기억은 저장되는 상태에서 왜곡되곤 하고 최면에서 나온 기억은 꿈처럼 무의식이 만들어낸 상상일 수도 있다. 술에 취해 필름이 끊긴 경우 뇌의 기억 입력 시스템이 고장난 것이기 때문에 ‘입력정보’가 아예 없다. 따라서 최면을 통해 당시를 기억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최면이 응용되는 치료〓공황장애 범불안장애 사회공포증 등 불안장애의 치료에 도움이 된다. 불안장애 중 강박장애 치료엔 큰 효과가 없다. 불면증 치유와 통증 및 긴장 완화, 금연 등에도 도움이 된다. 그러나 최면은 의사가 환자의 무의식과 소통하는 도구로 쓰일 뿐 최면 자체에 치유 효과가 있는 것은 아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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