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풍의 원인과 주의할점

주부 한모씨(40·서울 양천구 목동)는 설 연휴 때 만난 친정 아버지(67)의 얼굴이 수시로 눈에 밟혀 요즘 울가망하다. 설 다음날 찾아간 경북 경산시의 친정. 과수원을 경영하는 아버지는 밤새 고통에 찬 신음을 토해냈다. 다음날 아침 꺼칠한 모습으로 “괜찮다”며 웃던 모습을 떠올리면 눈물이 ‘핑’돈다.아버지의 병은 통풍. 한 달 전 엄지발가락이 아프다가 요즘은 무릎이 아프다고 했다. 한씨는 귀경 뒤 이웃으로부터 통풍의 통증이 산통(産痛)에 버금간다는 얘기를 들었다.

▽통풍은 선진국 병〓성서와 고대 로마의 기록에 주로 왕족이나 귀족 등 ‘배부른 사람’이 주로 걸리는 것으로 나오기 때문에 ‘제왕의 병’‘부자의 병’으로 불렸다. 서양에선 100명 중 1, 2명이 걸릴 정도로 흔하다.

국내에선 ‘1998년 국민건강 영양조사’ 결과 1000명 중 4명이 환자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식생활의 서구화로 환자가 늘고 있다. 40대 이상 뚱뚱한 남성 환자가 많은데 최근 20, 30대 환자가 급증하고 있다.

▽대사장애로 생긴 관절염〓‘풍’이란 이름 때문에 중풍과 비슷한 병으로 오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전혀 다르다. 통풍은 몸에 요산이 많이 쌓여서 생기는 병. 요산은 주로 세포가 죽을 때 핵안에서 유전정보를 담는 퓨린단백질이 분해돼 생긴다. 음식물 섭취를 통해서도 몸안에 들어온다.

통풍은 몸안의 대사 시스템 고장으로 퓨린이 요산으로 너무 많이 분해되거나 콩팥에서 요산을 적절히 배출하지 못해 요산이 관절에 모여서 바늘 모양의 결정체를 형성하고 염증이 생기는 병. 비만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등과 동반되는 경우가 많다.

▽눈물이 핑 돈다〓통풍이 생기면 90% 이상이 밤에 갑자기 엄지발가락 발목 무릎 등이 시뻘겋게 부으면서 눈물이 나올 정도로 아프다. 40% 정도가 엄지발가락부터 통증이 오며 다음날 신발을 못 신을 지경이 된다.

2, 3일 아프다가 1주 내에 씻은 듯 통증이 사라졌다가 재발하곤 한다.

면역계가 정상관절을 공격해 아픈 ‘류마티스 관절염’이나 세균 감염이 원인인 ‘감염 관절염’ 등과 증세가 비슷하다. 특히 일부 감염 관절염과 구별하기 어려워 현미경으로 관절액을 검사해서 확진하기도 한다.

▽치료가 쉽다〓통풍은 관절염 중 치료가 쉬운 병. 제때 약물치료만 잘 받으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다. 갑자기 극심하게 아플 땐 콜히친 등 소염진통제를 먹고 이 후엔 프로페네시드 설핀피라존 벤즈브로마론 등 요산 배설 촉진제와 알로퓨리놀 등 체내 요산 생성 억제제를 복용한다.

아프지 않다고 치료를 멈추면 안된다. ‘괜찮겠지’하고 방치하면 발 귓바퀴 팔꿈치 등에 요산 결정이 얽혀 딱딱한 혹이 생긴다. 또 동맥경화가 생기고 심장 콩팥의 기능이 저하돼 숨질 수도 있다.

▽생활 요법〓술을 입에 대면 안된다. 위스키 소주도 해롭지만 맥주가 특히 해롭다. 체중을 줄이는 것은 좋지만 갑작스런 체중 감량은 통증을 악화시킨다. 이뇨제도 통증을 악화시키므로 통풍 환자가 다른 병에 걸리면 꼭 의사에게 자신의 병을 알려 이뇨제를 처방받지 않도록 한다.

과로와 과도한 운동도 통증을 유발한다. 특히 물을 안마시고 땀을 뻘뻘 흘릴 정도로 운동하는 것은 금물이다.

음식물을 극도로 가려 먹을 필요는 없지만 약을 먹어도 효과가 없거나 과식한 뒤 많이 아픈 사람은 퓨린이 많은 음식을 멀리하는 것이 좋다. 물을 많이 마셔 소변을 자주 보면 요산을 줄일 수 있고 콩팥 결석을 예방할 수도 있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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