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건강학/덜 크고…빨리 늙고…잠 못자면 보약도 무용지물

패션회사에 근무하는 서모대리(31·여)는 요즘 자신이 피로에 젖어 산다고

느낀다. 서 대리는 매주 3, 4일은 오전 3,4시에 잠든다. 오전 5시에 눕는 경우도

있다. 잦은 회식과 과도한 업무 때문. 더러 일찍 귀가해도 밀린 가사나 업무를 처리하다

보면 자정을 넘기기 일쑤다.

최근 매주 4, 5일은 아침에 1시간 조깅하면서 몸 챙기기에 나섰지만 피곤하기는

마찬가지. 서씨처럼 늘 잠이 부족한 경우 당장 피로가 문제이지만 장기적으로는 건강을

망치게 된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유에스 뉴스 앤 월드 리포트’는 ‘잠못드는 사회’라는

제목의 특집기사에서 수면부족은 운동부족, 부적절한 식사와 함께 장기적으로 미국인의

건강을 위협하는 3대 적이라고 소개했다. 국내도 사정은 마찬가지.

통계청이 국민 4만2973명을 조사한 결과 남성은 평일 평균 7시간23분, 여성은

7시간13분을 자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상당수 직장인이 4, 5시간도 못자고 있는 것이

현실. 술자리가 잦은 직장문화와 과도한 업무가 ‘잠 못드는 사회’를 부추기고 있는

것. 요즘엔 인터넷에 빠져 쉽게 잠들지 못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잠을 덜 자면?〓성장호르몬은 깊이 잠들었을 때 주로 분비된다. 따라서 성장기

때 잠을 적게 자면 키가 클 기회가 그만큼 줄게되고 나이든 사람들은 빨리 늙는다.

19시간 동안 깨어있다면 알코올 농도 0.08%에 해당할 만큼 주의력과 운동기능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미국수면재단(NSF)은 미국에서 수면 부족 때문에 매년 10만건의 교통사고가 생긴다고

추정하고 있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잠을 4시간으로 줄이면 포도당 처리 능력이

떨어져 당뇨병의 전조증세가 나타난다는 연구결과를 영국의 학술지 ‘랜셋’에 발표했다.

또 잠자는 동안에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만들어지는데 잠을 덜 자면 아침에

코르티솔이 적어 멍한 상태가 되고 대신 오후에 코르티솔이 많이 나와 예민해진다.

잠을 적게 자면 포만감을 느끼는 렙틴호르몬도 적게 분비돼 허기를 잘 느끼고 많이

먹게돼 비만이 될 가능성도 커진다. 수면부족이 계속 되면 백혈구가 줄고 면역시스템이

깨지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이 비정상적으로 늘어 유방암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어느 정도 자야하나?〓대부분의 사람은 잠에 들면 대략 90분 동안 4단계의 수면상태를

거쳐 꿈을 꾸는 렘수면에 도달한다. 미국 코넬대의대의 제임스 매스박사는 “사람은

수면 주기가 4, 5번 되풀이돼야 컨디션이 최고”라면서 “8, 9시간을 자야하는 것은

이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서울대의대 정신과 정도언교수는 “어떤 사람은 짧은 시간에 깊이 잠들

수 있기 때문에 모든 사람이 8시간 이상 자야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한다. 평소

잠을 몇 시간 잤는지 기록한 다음 가장 컨디션이 좋은 시간을 택해 그만큼 자는 것이

방법. 정교수는 “잠을 적게 자는 것도 해롭지만 불규칙하게 자는 것이 더 해롭다”면서

“밤에 자든 낮에 자든 규칙적으로 자야 한다”고 강조한다. 너무 많이 자도 수면리듬이

깨어져 피곤해진다.

▽시간 만이 척도는 아니다〓잔 시간이 오래됐다고 다 푹 잔 것은 아니다. 코골이가

심해 잘 때 숨이 일시적으로 멈춰지는 ‘수면무호흡증’이나 발목 무릎 엉덩이 증을

움찔움찔 움직이는 탓에 깊은 잠에 못드는 ‘지속적 다리운동 증후군’이 있으면

수면 시간이 길어도 늘 피곤하기 마련. 그렇다면 자정이 넘어 잠들었을 때 아침에

일찍 일어나 운동하는 것이 좋을까, 조금이라도 더 자는 것이 좋을까? 보통 사람은

30분 정도 맨손운동이나 걷기 등 가벼운 운동을 하면 당장은 피곤해도 그날 밤 푹

자는데 도움이 된다.

그러나 혈압이 높은 사람은 잠이 덜 깬 상태에서 과격히 운동하면 안된다. 렘수면

때엔 호흡이나 심장기능이 불규칙해질 수 있으므로 아침에 무리하면 ‘큰일’날 수도

있는 것. 또 잠은 저축이 불가능하므로 휴일에 몰아서 잔다고 피로가 풀리지 않는다.

일요일에도 평소처럼 자는 것이 좋고 그래도 피곤하다면 20∼30분 낮잠을 청하는

것이 좋다.

▼당신의 수면상식은? Q:아래 문항 중 맞으면 ‘○’, 틀리면 ‘×’ 하셔요.

<문>

①정상인도 졸릴 때 운전하면 헛것이 보인다.

②일반적으로 20대는 30대보다 잠을 덜 자도 된다.  

③잠을 충분히 잤다면 약간 피곤해도 졸음운전의 위험은 없다.  

④사자는 사람보다 잠을 많이 잔다.  

⑤눈동자가 움직이는 렘수면은 얕은 잠.  

⑥악몽과 몽유병은 모두 눈동자가 움직이는 렘수면 때 생긴다.

⑦사람은 꿈을 꾸는 유일한 동물.

<답>

①○ 개나 고양이가 가방이나 낙엽으로 보이곤 한다.  

②× 20대는 30대보다 더 자야한다. 20대가 새벽에 일어나서 오후6시까지

멀쩡하다고 느껴도 1시간만 운전하면 졸리게 된다.

③× 자신이 잠을 푹 잤는지를 아는 방법은 없다. 피곤할 때 고속도로에

나섰다가 졸리면 갓길에 차를 세워놓고 자는 것이 좋다. 단 범죄의 대상이 되지 않도록

조심.  

④○ 일반적으로 육식동물은 잠을 많이 자고 먹이가 되는 동물은 적게 잔다. 사자는

하루 평균 13시간반을 자며 포식 후 2, 3일을 잘 때도 있다. 반면 기린은 하루 1시간

50분 정도 잔다.  

⑤× 렘수면은 꿈을 꾸는 깊은 잠. 눈동자가 움직이는 것은 꿈꿀 때 영상에

반응하기 때문.

⑥× 악몽은 렘수면 때, 몽유병은 비(非)렘수면의 3∼4단계에서 생긴다.

따라서 몽유병으로 돌아다닐 때엔 꿈을 꾸지 않는다. 1985년 영국 런던의 법정은

악몽 중에 아내를 살해했다는 30대 남성을 무죄석방했다. 이 남성은 정글에서 일본군과

싸우다 깨어보니 아내가 숨져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수면전문가들은 특정한

수면장애가 없다면 악몽을 꾸는 렘수면에서는 근육이 이완돼 팔을 적극적으로 움직일

수 없고 따라서 재판결과가 비과학적이라고 비판했다.

⑦× 고양이 실험 결과 동물도 꿈을 꾸는 것으로 밝혀졌다. 대부분의 포유동물과

조류에겐 렘수면과 비렘수면의 두 요소가 있지만 파충류는 렘수면이 없고 꿈도 꾸지

않는다.

이성주 기자 stein33@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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