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임…절반은 남편 탓이에요

미국 오하이오 주에서 몇 년 전 39세 불임 여성이 이웃의 임신부를 납치해 살해하고 뱃속의 아기를 훔친 엽기적 사건이 일어났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다고 말하지만 불임 전문의 중엔 불임 여성의 심정을 극단적으로 보여준 것이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다.

불임은 가임기 여성이 정상적 부부생활에도 불구하고 결혼 1년 이내에 임신이 되지 않는 것.

국내 가임기 여성의 10∼15%가 불임인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최근 결혼연령이 높아지면서 늘고 있다.

불임 여성은 임신에 실패할 때마다 실망하고 우울증에 빠지기 십상. 더러 혼자서 울면서 고독감에 빠지기도 하지만 극도로 분노하며 주위에 화풀이를 하기도 한다. 이 증세가 심해지면 엽기적 사고를 낸 미국의 여성처럼 정신분열증이나 경계선 인격장애 등이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불임의 원인은 여성이 반, 남성이 반이다. 여성이 지레 자신에게 짐을 지울 필요는 없다. 그리고 스트레스가 불임을 악화시키므로 주위의 따뜻한 사랑과 배려가 필요하다.

▽여성불임과 남성불임〓여성 불임은 불규칙한 배란이 주원인. 난소 또는 나팔관의 이상, 자궁내막증, 골반감염의 병력, 스트레스 등도 원인. 특히 ‘불임에 대한 불안이 없으면 불임이 없다’는 말처럼 정신적 요인이 크게 작용한다. 지나친 다이어트는 월경불순, 과도한 운동은 무월경을 일으켜 불임으로 이어진다. 결혼연령의 고령화도 불임을 증가시키고 있다. 20세 전후 여성의 불임확률은 1% 정도이지만 35세 이후는 30%, 40세 이후는 50% 이상으로 급증한다.

남성 불임은 정액 1㏄에 정자 100만 마리 이하인 무정자증이나 2000만 마리 이하인 희소정자증 때문인 경우가 많다.

▽불임의 치료〓우선 부부가 함께 진단받아야 한다. 남성은 정자의 수와 운동성을 검사하면서 정자의 원형질막을 손상시키는 항체가 있는지 본다. 여성은 무배란 자궁내막증 나팔관 폐쇄 여부를 점검한다.

여성에 문제가 있는 경우 ‘시험관아기 시술’이나 ‘나팔관 시술’ 등의 방법을 쓴다.

시험관아기는 시험관에서 아기를 열 달 내내 키우는 것이 아니다. 여성에게서 난자를 채취하고 남성의 정자를 채취한 다음 체외에서 수정시켜 3∼5일 키운 뒤 이 수정란(배아)을 자궁에 이식하는 것이다.

불임여성 중 나팔관이 건강한 환자에겐 ‘나팔관 수정’을 받게 한다. 남편에게서 채취한 정자를 체외에서 난자와 합친 뒤 10분 정도 지나 나팔관 끝부분에 넣어주는 것. 수정됐는지 확인하지는 못하지만 임신 성공률이 시험관아기 때보다 5∼7배 높다.

▽치료 시기〓불임 치료는 빨리 받을수록 좋다. 30세 무렵부터 난소가 급격히 노화되고 특히 35세 이후엔 배아가 잘 착상되지 않으며 마흔이 넘으면 시험관아기도 얻기 힘들기 때문.

남성 불임에는 뇌하수체 이상이 원인일 경우 호르몬요법을 쓴다. 정자가 지나가는 길이 막힌 경우에는 이를 뚫어주는 외과수술을 한다.

정자가 지나는 길은 정상이지만 정자가 적거나 부실해 불임일 경우 수술로 부고환이나 고환조직에서 정자를 채취한 다음 가는 유리관을 통해 난자의 세포질에 주입해 수정시키는 방법으로 ‘불임고민’을 해결하기도 한다.

■부부가 각종 검사를 받아봐도 이유 없이 애를 갖지 못해 애태우는 경우가 많다. 이때엔 생활 습관을 조금만 바꾸어도 뜻밖에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남성의 정액이 1㏄에 2000만 마리를 오르내리는 ‘남성 아(亞)불임’도 마찬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여성〓난소는 30세부터 노화하기 시작하므로 30세 이후에 결혼했다면 피임을 해서는 안된다. 일 때문에 출산을 늦추다가 불임이 되는 경우가 많다.

음식은 호르몬 균형에 도움이 되는 비타민과 미네랄을 충분히 섭취한다. 특히 임신을 위해 피임약을 끊었다면 복합비타민을 복용하는 것이 좋다. 굴 조개에 많이 든 아연은 임신을 유지시키는 호르몬이 잘 나오도록 한다. 비만인 경우 불임 가능성이 높아지므로 과식을 삼간다.

커피 설탕 등은 호르몬 체계에 나쁜 영향을 미치므로 되도록 먹지 말아야 한다. 지나친 채식은 착상 가능시간을 단축해 불임을 유발한다. 배를 늘 따뜻하게 하는 것도 잊지 말 것.

▽남성〓최근 미즈메디병원 윤현수박사가 인위적으로 온도를 섭씨 38도로 맞춘 생체조직에 정자를 주입했더니 곧 죽어버렸다. 정자는 인체 온도보다 3∼4도 낮은 곳에서 잘 활동한다.

고환이 인체 밖으로 나와있는 것도 정자를 시원하게 보관하기 위해서다. 고환이 음낭까지 내려오지 못하고 뱃속에 머문 ‘잠복고환’의 경우 불임이 많은 것도 고환 속 정자가 높은 체온 때문에 제대로 활동하지 못하기 때문. 따라서 고환을 시원하게 하는 것이 불임을 피하는 지름길.

사우나를 자주 하거나 엉덩이에 땀이 밸 정도로 한곳에 오래 앉아 있지 않는다. 옷은 헐렁하게 입고 매일 찬물로 음낭을 씻어주는 것이 좋다. 영국 런던 웰멘클리닉의 리터드 페티박사는 “아랫도리를 신선한 바람에 쐬는 것만 해도 정자 건강에 좋다”고 말했다.

■수시로 사랑을 확인한다고 아기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불임에서 벗어나려면 절제와 계획이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조심해도 아기를 가질 수 없다.

너무 자주 관계를 맺으면 남편의 정충이 덜 성숙돼 정자가 부실해지므로 금욕하는 것이 좋다. 여성의 배란시기에 맞춰 3일 동안 매일 또는 이틀 간격으로 3회 관계를 맺는 것이 좋다.

이를 위해 아내는 정확한 배란시기를 알고 있어야 한다. 보통은 월경 시작 14일 전이고 ‘날’이 들쭉날쭉한 경우 아침에 눈뜨자마자 움직이지 않은 상태에서 머리 맡에 놓아둔 체온계를 혀밑에 넣고 체온을 재면 알 수 있다. 평소보다 0.8도 올라가 있으면 그날 밤 관계를 갖는다.

배란된 난자는 약 24시간 동안 수정능력을 갖는다.

정자가 사정 뒤 난자까지 가는 시간은 60∼80분. 배란이 되는 시기에 활동성이 강한 정자가 나팔관에서 대기하도록 준비한다.

특히 아내가 오르가슴을 느끼면 질의 분비물이 질벽을 덮어 정자가 산에 노출돼 죽는 위험이 줄어든다. 따라서 침실의 분위기를 아늑하게 한 다음 충분히 전희를 갖고 성행위를 즐기는 기분으로 관계를 갖는다. ‘아기를 가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이 머리에 남아있으면 임신이 힘들어진다.

    이성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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